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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탈레반 혐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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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탈레반 혐의자'

입력
2010.02.2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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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활동 혐의가 있는 파키스탄인을 적발했다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반군세력 탈레반은 인접 파키스탄에서도 테러 활동을 하고 있어 국제적 경계대상이다. 특히 아프간 재파병 방침에 '테러 보복'을 경고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경각심을 갖게 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계 강화를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파키스탄인의 정체가 아무래도 모호하다. 이해가 얽힌 주변에서 모함했다는 말이 들리는가 하면, 경찰이 혐의를 부풀린 의혹마저 있다.

■31세인 이 파키스탄인은 2001년 9월 단기 상용비자로 처음 입국했다. 대구의 염색공장을 거쳐 이슬람사원 성직자로 있다가 2003년 6월 불법체류를 자진신고, 출국 조치됐으나 두 달 뒤 형(36)의 신원을 도용한 위명(僞名)여권으로 재입국했다. 이슬람사원이 형을 성직자로 초청해 비자를 받았다니 미리 그렇게 마련한 모양이다. 그는 10여 차례 파키스탄을 오가며 사업도 벌였다. 그러다 스스로 탈레반이라고 떠들며 책을 내고 채무자를 협박한 것이 화근이 됐다. 경찰과 정보기관은 여러 차례 그를 조사했으나 혐의를 찾지 못하다가 뒤늦게 위명여권을 확인, 출입국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이밖에 알려진 그의 신상정보는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의 스왓(Swat) 출신이라는 것뿐이다. 아프간 접경 힌두쿠시 산맥에 있는 스왓은 풍광이 아름다워 '파키스탄의 스위스'로 불리며 스키 휴양지로 유명하다. 주민은 아프간 최대부족 파슈툰족이 많다. 파슈툰은 아프간에 1,600만 명, 파키스탄에 2,000만 명이 산다. 인구 120만 남짓한 스왓 지역은 2003년부터 토착 무장세력이 준동해 치안이 불안하다가 2008년 탈레반이 거의 장악했다. 파키스탄 정부군 2만 명이 주둔하고 있으나 휴전과 파기를 거듭하고 있다.

■탈레반은 원래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 난민촌의 이슬람 교리학당 마드라샤의 학생을 뜻한다. 마드라샤는 1980년대 소련 침공에 맞선 무자헤딘 항전으로 고아가 된 아프간 청소년을 먹이고 가르쳤다. 소련군 철수 뒤 무자헤딘 군벌들이 만행을 일삼자 1994년 마드라샤의 종교지도자들이 탈레반을 이끌고 무장봉기를 감행했다. 마드라샤는 수만 명의 탈레반 전사를 공급했다. 탈레반은 1996년 아프간을 장악했으나 2001년 9ㆍ11 테러에 이은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고 저항세력이 됐다. 이런 내력에 비춰 문제의 파키스탄인을 '탈레반 혐의자'로 지목하기에는 미심쩍은 대목이 많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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