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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중견 작가들이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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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중견 작가들이 떨고 있다

입력
2010.02.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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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의 허벅지가 화제다. 둘레 660mm에 달하는 튼실한 허벅지가 폭발적인 힘을 발산한다. 이상화의 허벅지는 금벅지, 꿀벅지로 불린다. 어느 미술협회 모임에서 조차 “꿀벅지 신입회원을 뽑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미술계에서도 인체의 허벅지에 해당되는 2ㆍ30대 작가들이 온통 관심을 받고 있다. 아트페어나 화랑의 기획전시는 2ㆍ30대 작가들 천지다. 최근 수년 동안 크게 증가한 국·공립, 사립 창작스튜디오 지원 프로그램이나 각종 공공 지원금도 대부분 젊은 작가들에게 몰린다.

정부가 비판적 예술인들에게 지원금을 삭감하며 문화ㆍ예술을 통제하려 한다는 논란이 있지만, 정작 미술계에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논쟁에 관심 갖는 사람은 없다. 특히 금벅지 세대인 2ㆍ30대 작가들은 각종 지원 프로그램 수혜와 미술시장에서의 경제적 성공에 관심을 가질 뿐 사회 공통의 이슈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킨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풍성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지원이 젊은 작가에게 몰려 있다는 점이다. 활력에 찬 젊은 작가들과는 대조적으로 중견 작가들은 위축되어있다. 중견작가 지원은 거의 없는데다가 미술시장에서도 젊은 작가들에게 밀리고 있다. 어느 모임에서 50대 작가가 “우리는 말을 적게 하고 젊은 작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자”고 자신을 낮춘 것은 미술계 중견 작가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풍속도다.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우려도 있다. 속에 무엇이 담겼는지 보다는 겉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가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미술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미술시장은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현란하고 번쩍이는 표면의 예술을 선호한다. 내용은 정말이지 중요하지 않다. 명민한 일부 2-30대 작가들은 미술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곧 이해한다. 이 지점에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미술시장의 분석이 아니라 공공의 지원금 정책이 미술시장의 전략에 호응하거나 어느 특정 세대 취향에만 집중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지원금은 미술시장과 유행하는 사조에 비켜 서 있으며 지원금 서류의 기획안 작성에도 서툴지만 나름대로 자기 세계를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던 중견의 작가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미술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작가 생활을 할수록, 전시를 할수록 작가의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 작가들은 이제 자신들의 진로를 바꾸기 힘든 나이다. 미래의 성공에 대한 크나큰 기대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오로지 작가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다.

고호나 고갱, 박수근, 이중섭처럼 당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 작가들은 수도 없이 많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스타 작가라고 치켜세운 젊은 작가들이 불과 2ㆍ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지금 빠른 속도로 잊혀져 가고 있는 중견 작가들 중에 이중섭과 박수근이 없으란 법은 없다.

모태범의 쾌속 질주는 허벅지의 힘만으로 가능 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파워 존이라 부르는 배와 허리 비율의 완벽한 균형과 상하의 황금 밸런스가 모태범으로 하여금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젊은 작가와 중견 작가들이 서로의 영역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정책이 결정되었으면 한다. 세대 간의 조화가 한국 미술계의 탄탄한 체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전강옥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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