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인사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서울시교육청 최고위층으로 향하면서 교육계가 왜 이렇게 비리 만연 상태에 놓이게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학연과 인맥을 통한 내 사람 챙기기, 그리고 문제가 드러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내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병폐를 차단하기 위해 교육청과 교육전문직의 힘을 약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학사 시험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20일 구속된 서울 강남 지역의 A고 교장 김모(60)씨는 장학사 시험을 미끼로 교사들에게 돈을 받아 사건의 발단이 된 임모(50) 장학사와 B사범대 동문이다. 이들은 18일 구속된 강남 지역 C고 교장 장모(59)씨와 함께 시교육청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장씨는 자신의 사무실 책상 서랍에 14억원이 든 통장을 보관하다 적발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뒤에도 강남의 고교 교장으로 발령받아 고위층 비호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6ㆍ2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을 비롯해 여러 교육 전문가들이 학연ㆍ지연으로 얽힌 교육계의 뿌리 깊은 병폐를 지적하고 있다. 22일 교육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이번 비리 사건은 학연과 지연, 잘못된 교육행정 시스템 세 가지가 낳은 구조적 병폐”라며 “교육계가 자정 시기를 놓쳐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는데 철저히 수사가 이뤄져 완전히 뜯어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진보 성향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도 “인사 담당자와 교육감이 모든 인사를 처리하는 현 체계에서는 돈을 써서라도 윗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장학사를 하려고 몰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승진 시스템은 중간에 비리를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인사 비리와 관련된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학연과 인맥에 기초한 인사 비리의 척결 문제는 무상급식과 더불어 이번 교육감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연과 인맥을 통한 줄서기 문화가 교육계에 퍼진 근본 이유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교육전문직으로 교육청에서 근무하면 한마디로 출세가 보장된다. 교장 교감으로 나갈 때 유리하다. 때문에 장학사가 되기 위해 목을 매고, 학연 지연 따져서 줄을 서게 된다”고 전제한 뒤 “교육청은 조직이 지나치게 방대하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족해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데 굳이 능력 있는 교사를 교육청에서 썩힐 이유가 없다. 미국의 경우 교육청에 해당하는 기관에는 수장 한 명과 직원 3, 4명 정도뿐”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전문직이 누리는 혜택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면 학연ㆍ지연을 따져 가며 줄 서는 병폐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정보 공개 확대를 제안하는 전문가도 많다.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의 부회장은 “학교에서부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인맥이나 학연을 동원해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권을 챙기려는 시도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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