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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분단영화와 다른 '의형제'의 흥행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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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분단영화와 다른 '의형제'의 흥행 비결

입력
2010.02.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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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민족'보다 '생활형' 첩보원 얘기로 공감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감독 장훈)가 4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21일까지 전국에서 352만명(투자배급사 쇼박스 집계)이 찾아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로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다룬 영화로는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10년 만의 흥행작이다.

'의형제'는 첩보원과 남자의 우정 등 닮은 꼴 설정으로 '쉬리'(620만명)와 'JSA'(580만명)의 뒤를 이은 대박 '분단 영화'로 평가 받는다. 세 작품은 송강호라는 공통분모도 지녔다. 그러나 '의형제'는 민족보다 나와 가정을 우선시하는 요즘의 사회적 감성을 적극 반영하며 공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역시나 관객은 익숙한 듯 뭔가 다른 영화를 찾는다.

동포애보다 생활이 우선?

'쉬리'는 남남북녀 첩보원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얼개로 삼았다. 눈물 젖은 동포애를 남녀간의 서글픈 사랑으로 형질 변환시킨 것이다. 'JSA'는 사나이들의 우정을 빌려 가슴 아픈 민족 분단의 현실을 묘사한다.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이면서도 이데올로기와 외세와 특정 정치 세력 때문에 등을 돌려야 하는 민족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은유다.

'의형제'는 뜨거운 동포애보다 평범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생활'에 초점을 맞춘다. 전직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와 남파 간첩 송지원(강동원)은 생활 밀착형 첩보원. 강건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움직이기보다 현실에 단단히 착근해 있다.

작전에 실패한 뒤 문책을 눈 앞에 둔 한규가 내뱉는 말은 상징적이다. "가족 같은 팀원을 잃었어요. 그래도 가족은 먹여 살려야 될 것 아닌가요?" 그는 우연히 마주친 지원을 동료의 복수보다 현상금이라는 한탕을 위한 목표물로 더 눈독들인다. 지원의 갈지자 행보도 당에 대한 충성보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이라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이주노동자나 외국인 신부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지원과, 못마땅한 척 하면서 이를 따르는 한규의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다. 민족이라는 실체 불명의 정의보다 지금 여기라는 현실을 껴안으려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엿보인다. 영화평론가 김형석씨는 "'의형제'는 '쉬리'나 'JSA'와 달리 애잔함을 극대화하려 하지 않는다"며 "분단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현실을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인간적 해피 엔딩에 박수

'분단 영화'는 필연처럼 비극과 비장과 비정, '삼비'로 막을 내리곤 했다. 피비린내 나는 3년간의 전쟁을 치렀고, 수 차례 비정규전을 벌인 남북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해피 엔딩은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여인이 애인의 총탄에 스러지거나('쉬리'), 우정을 나눈 네 명의 남북 병사 중 세 명이 싸늘한 시신이 되는('JSA') 결말은 냉혹한 현실을 투영한 것이었다.

'의형제'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최근 남북 관계의 변화상을 담으며 밝은 마무리를 택한다. "인간적인 척 하지마" "너도 돈 필요하잖아"라며 한규가 지원을 힐난하는 대목은 현재 남북 관계의 메타포로 보인다. "자본주의는 남의 돈으로 잘사는 사회"라는 한규의 말은 자신이몸 담은 사회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들리고, "요즘엔 이북에서도 제사 지낸다지?"라는 대사는 북한의 변화상을 포착한다. '의형제'의 이례적인 해피 엔딩을 예고하는 장면들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여느 '분단 영화'와 달리 가벼우면서도 세련되게 남북 문제를 다루니 관객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즐기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여러 차별점을 보임에도 '의형제' 역시 언제든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남북관계를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는 도구로 활용한다. 노동당 당 서열 43위 '그림자'(전국환)의 광신도적 행태는 '분단 시트콤'이나 '분단 코미디'로 변질될 수 있는 이 영화에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이고 경쾌한 액션까지 가미된 따스한 극 구성에 얼음장 같은 현실을 곁들이며 스릴러의 재미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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