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고려대)와 '일본의 자존심' 아사다 마오(이상 20ㆍ일본)간 건곤일척 맞대결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 피겨 여자싱글 세계랭킹 1위 김연아와 3위 아사다는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대회에서 지겨우리만치 만난 사이. 시니어 데뷔 후 맞대결만 놓고 보면 김연아가 5승3패로 앞선다.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은 라이벌사(史)에 종지부를 찍을 사실상의 최종 무대. 김연아가 20일(한국시간), 아사다가 다음날 각각 밴쿠버에 입성한 데 이어 22일 조 추첨식에서 4개월 만에 마주치면서 둘을 둘러싼 공기에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휴, 다행이다", "아, 또 붙었네?"
김연아는 22일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24일) 조 추첨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사다 역시 이 자리에 있었다. 둘이 한 경기장에서 마주치기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5차대회 이후 4개월 만. 당시 김연아는 여자싱글 역대 최고점인 210.03점으로 우승했고, 아사다는 173.99점으로 준우승했다.
이날 조 추첨 결과를 확인한 김연아는 "휴,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 또 붙었네?" 김연아는 5조 3번째, 바로 앞선 5조 2번째에 아사다가 나서게 됐다.
전체 연기순서로는 30명 중 22번째인 아사다에 이어 23번째가 김연아다. 김연아는 "어떤 그룹에 포함되든 마지막 순서는 아니기를 바랐는데, 그룹에서 첫 번째는 아니더라도 마지막은 피했다"면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금메달은 내 차지, 팽팽한 신경전
김연아는 대회를 앞두고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훈련이 끝나면 보통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게 마련이지만, 김연아는 질문을 받는 대신 짤막한 코멘트만 남긴 뒤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대회 전까지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
반면 별도 호텔에 머무는 김연아와 달리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아사다는 기자회견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며 짐짓 여유를 보이고 있다. 시차 적응을 위해 일본 출국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훈련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아사다는 이날 훈련 후 "4대륙대회 때보다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
아사다는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가 지난 1월 전주4대륙대회에서 183.96점으로 우승, 올림픽 금메달 기대를 다시금 높였다. 당시 아사다는 일본 취재진이 올림픽 금메달 확률을 묻자 "80%"라고 말했었다.
김연아의 자신감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대신 밝혔다. 오서 코치는 "최상의 컨디션만 지킨다면 김연아를 이길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2시간 격차로 각각 영화 '007'시리즈 주제곡과 '종'에 몸을 맡긴 김연아와 아사다는 쾌조의 점프 컨디션을 뽐내 퍼시픽 콜리시엄 1층을 가득 메우다시피 한 유료관중(3만3,000원)을 매료시켰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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