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세종시 문제 토론을 위한 연속 의원총회를 시작했다. 소집 여부로 줄다리기를 할 정도로 주류ㆍ비주류 사이에 견해 차이가 커서 원만한 세종시 해법을 도출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애써 마련한 토론이 최소한 내부 갈등 증폭의 자리는 되지 않도록 양쪽이 자제할 수만 있어도 값어치가 있다. 거대정당이 피하기 어려운 내부의 계파 분화가 무조건적 갈등 대신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보이는 이상형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참을성이다. 26일까지 매일, 경과에 따라 3월에도 계속될 의총인 만큼 어느 쪽이든 한두 번의 의사 표출로 결론을 낼 듯한 자세는 버려야 한다. 이미 상대방 주장의 요체를 알고 있더라도, 참을성 있게 듣고 한 마디라도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당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으레 있는 이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존속할 기초다. 특히 감정적 언사를 피하고, 인신공격이나 비난을 삼가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제 첫 토론은 아직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시작 전부터 주류 측은 단순 토론에 그칠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표결을 해서라도 당론 변경을 해야 한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토론마저 거부할 경우의 여론 부담을 의식, 마지못해 참여한 비주류 측을 압박하려는 자세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예상대로 불참한 비주류 측은 표결은 의미가 없고, 방향이 전제된 토론이라면 중도 하차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의총 공개 여부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희망의 싹은 보였다. 일부 고함을 제외하고 대체로 진지한 발언이 이어졌다. 토론에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지만, 의원 개개인이 국민의 눈을 의식한 결과다. 정몽준 대표가 "중대한 문제를 하루 이틀에 끝낼 수는 없다"며 '끝낼 수 있을 때까지의 충분한 논의'를 약속한 것도 비주류 측의 '요식 행위' 우려를 덜었다.
여당 내의 본격적 토론은 이제 시작이다. 국민의 눈길이 당론변경 여부에 그치지 않고 여당의 국정운영 능력 전체에 쏠려 있음을 명심, 알찬 토론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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