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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100… 2007년 돈선거 홍역 청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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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100… 2007년 돈선거 홍역 청도는 지금

입력
2010.02.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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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주기만 해 봐라. 경찰에 확 신고해 버릴 끼다."

6ㆍ2지방선거 100일 전인 22일 오전 경북 청도군 화양읍 농협 앞. 김모(71)씨는 선거 얘기를 꺼내자마자 주먹부터 쥐고 흔들었다. "2007년 선거 때 이웃집 사람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그는 "선거와 돈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며 손사래를 쳤다.

인근 청도읍 상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도 마찬가지. "돈 선거 때문에 동네가 발칵 뒤집어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 또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면 얼굴 들 곳도 없다 카이."

청도 사람들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달갑지 않다. 선거 때문에 들먹여지는 과거사가 괴롭다. 민선 군수 세 명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도중 하차한 데다 2007년 12월 군수 재선거 때는 금품수수로 주민 2명이 목숨을 끊고 1,400여명이 사법처리된 악몽이 아직 뇌리 속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도 됐다. 혹독한 학습 효과를 거친 탓인지 선거가 무척이나 깨끗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 농민인 이곳 주민들은 선거 때 주고받는 돈 봉투에 대해 전혀 죄의식이 없었다. 오히려 봉투를 내밀지 않는 후보에게는 "떨어지고 싶나"며 손을 내밀 정도였다.

덕분에 2004년 김상순 당시 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잃었고 2005년 4월 재선거에 이어 2006년 5월 동시선거에서 당선된 이원동 당시 군수도 금품을 뿌린 사실이 적발돼 당선무효됐다. 주민들의 대규모 처벌을 초래했던 2007년 돈 선거의 주역인 정한태 당시 군수 역시 마찬가지 신세였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뿐이 아니었다. 농협ㆍ축협ㆍ산림조합장 선거 등 선거라고 이름이 내걸린 곳이면 어디서나 금품을 둘러싼 잡음이 일었다. 한재미나리단지에서 만난 이경호(46)씨는 "솔직히 농촌 지역에서는 단체장부터 농협조합장과 지방의원까지 돈으로 표를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2007년 군수 재선거는 결정판이었다. 금품수수자가 5,000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흉흉하더니 2008년 1월 동네 주민들이 속속 경찰에 불려 갔다. 양모(당시 57)씨가 복숭아밭에서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선거운동원 2명이 자살하면서 파장은 극에 달했다. 군민 수가 4만5,000여명인데 1,400여명이 사법처리된 것을 감안하면 조용하던 농촌 마을이 선거 한 번으로 인구 100명 중 3명 꼴로 범죄자 딱지가 붙은 셈이다.

또 2005년 이후 4년 연속 군수선거를 치르다 보니 법정선거비용도 20억원을 훌쩍 넘겼다. 재정자립도가 겨우 10% 남짓한 군은 선거 때문에 주민 숙원 사업도 제대로 못할 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청도에서는 돈 선거가 사라지고 있다. 정인수 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군에는 6개 농협ㆍ축협ㆍ산림조합장 선거를 치렀는데 2건의 고발조치만 있었다"며 "군에서 치러지는 모든 선거가 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모 농협 조합장선거에 당선된 이모씨도 "재력이 큰 상대 후보를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선거판이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물론 돈 선거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자신하기에는 이르다. 금품수수 방법이 더 지하화하고 교묘해질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한 정당인은 "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겁을 내기는 하지만 100% 근절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군민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이번 선거를 깨끗하게 치러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이모(80)씨는 "평생을 살아 온 고향에서 선거 때마다 이게 무슨 꼴이고"라며 "올 선거에는 과거의 오명을 씻고 깨끗하고 공정한 이미지를 심어야 한데이"라고 말했다.

청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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