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끈적끈적하다. 육체적 욕망에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주인공의 눈은 먹이를 노리는 육식동물처럼 희번덕거린다. 각종 통신기기에 둘러싸여 신체적 접촉을 외면하는 세상, 오감이 주는 느낌과 본능에 충실하라고,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귀띔하는 듯하다.
출장 갔다 생일에 돌아오기로 한 남편 데이비드(리암 니슨)가 비행기를 놓쳤다며 외박을 한다. 다음날 집에 온 남편의 휴대폰에 '어젯밤 고마웠다'는 한 젊은 여성의 문자 메시지가 뜨자 아내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좌불안석이다. 어딜 가나 젊은 여성을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캐서린은 고급 콜걸 클로이(아만다 세이프리드)를 고용해 남편을 시험하려 한다. 클로이는 데이비드가 자신의 유혹에 넘어갔다며 그 행태를 캐서린에게 낱낱이 일러바치고 돈을 챙긴다. 정말 데이비드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부부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팜므파탈이 등장한다. 불륜 여부를 놓고 부부가 갈등한다. 중년의 위기를 다룬 전형적인 스릴러처럼 보인다. "신혼 시절 일주일에 세 번 사랑해주더니 이제는 친구 사이가 돼 버렸다"는 케서린의 절규는 이 영화의 정체를 규정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영화, 중년 부부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 중산층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남편과 아내, 아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직접적인 소통을 거부한다. 부족함 없이 자라난 아들은 "지긋지긋한 집안"이라고 외친다. 자신의 욕망 때문에 한 가정을 결딴내려는 클로이는 그들 반대편에 서 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놓인 그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육체로 증명한다. 선명한 콘트라스트로 연출해낸 서스펜스가 아찔한 영화다.
제라르 드파르디유, 엠마뉴엘 베아르 주연의 프랑스 영화 '나탈리'(2003)를 밑그림 삼았다. 1997년 '달콤한 내세'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캐나다의 아톰 에고이안이 연출했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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