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국가들의 연쇄 재정 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재정 건전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국회에서는 비과세ㆍ세금 감면 관련 법안이 잇달아 상정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된 56개의 법률 개정안 중 비과세 또는 세금감면 조항을 담은 법안이 20여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7건의 소득세법 개정안과 12건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상당수가 세금을 깎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양석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기본공제 대상자의 기준 소득금액을 현행 연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하고 보장성 보험료의 특별공제 한도액 역시 연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첨부된 비용 추계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시 올해부터 5년간 총 2조 8,746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출산ㆍ입양시 추가공제 금액을 현행 1인당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5년간 9,627억원의 소득세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됐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과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인쇄매체 구독 지출에 대해 소득세를 특별공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전 의원 개정안대로라면 5년간 995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시외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강성천 한나라당 의원 대표 발의)이 시행될 경우 5년간 602억~821억원의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창업 중소기업에 대해 소득ㆍ법인세 감면 기한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김효석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ㆍ미상정)은 5년간 5,12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2008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법정 국세 감면율 한도(14%)를 지키지 못한 정부는 국회의원들이 앞다퉈서 세금을 줄이려는 법안을 상정하는 것에 대해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개정안의 일부만 통과된다고 해도 최대 수조원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경기를 살리거나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정 지원이나 조세 혜택 이외에 달리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 정부의 대표적 일자리 창출 대책인 중소기업 고용세액공제 혜택도 당장 3년간 4,500억여원의 세수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회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개별 법안에 이익집단이나 지역구 현안에 관련된 선심성 감세 내용을 슬그머니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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