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불운하다. 그도 그럴 것이, 결승선 통과 직전 팀 동료와의 충돌로 메달이 눈 앞에서 날아가 버렸고, 다른 경기에선 0.006초 차이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남은 건 500m와 5,000m 계주. '밴쿠버의 악몽'을 털기 위해서라도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
남자 쇼트트랙의 성시백(용인시청)이 거듭된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 아쉽게 출전권을 놓쳤던 성시백은 14일(한국시간) 남자 1,500m 결승에서 결승선을 불과 10여m 앞두고 마지막 코너를 돌다 팀 동료 이호석(고양시청)과 충돌하며 빙판 위에 나뒹굴고 말았다.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 눈 앞에서 사라진 충격에 좀처럼 빙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며 마음을 추스르고 나선 21일 1,000m 준결승.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샤를 아믈랭(캐나다) 등과 빙판을 지치던 성시백은 불과 0.006초 뒤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메달과 상관없이 6,7위를 가리는 B파이널에 나선 성시백은 중국의 한지아량에 앞서 골인했지만 어깨싸움이 지적돼 실격까지 당했다. 스무 세 살의 청년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모든 걸 잊고 스케이트화를 다시 질끈 고쳐 매야 한다. 27일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500m와 5,000m 계주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기훈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이날 1,000m 경기가 끝난 뒤 "시백이에게 1,000m와 1,500m 경기 결과를 빨리 잊으라고 했다"며 "순발력과 스타트가 좋은 시백이가 그 동안 500m에서 강세를 보여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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