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희한한 풍경이 연출됐다. 문화예술위원회의 문방위 업무보고에 김정헌, 오광수 두 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한 것이다. 이에 누가 기관장으로서 업무보고를 할지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 간 이견으로 한 차례 정회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문화예술위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의 불똥이 국회까지 튄 셈이다.
소동은 좌석 배치에서부터 예견됐다. 문방위 행정실이 문화예술위원장석을 하나만 준비한 것. 이에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자신의 의자를 김 위원장에게 양보하고 오 위원장과 나란히 앉히면서 신경전이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은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해임 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로 문화예술위에 출근, 후임 오 위원장과 함께 두 위원장 체제로 근무하고 있다.
본격적인 소동은 문화예술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시작됐다. 고흥길 위원장이 야당의 반발을 예상, 문화예술위의 업무보고 순서를 뒤로 미루자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 순서를 왜 위원장 마음대로 바꾸느냐”며 항의했고 20여분 동안 여야 의원 간 설전이 오갔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한 지붕 아래 두 위원장이란 동거상황을 인정한다”면서도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오 위원장을 인정한 문화예술위원들의 판단을 존중하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김 위원장이 위원장석에 앉는 게 법리적으로 맞다”며 “오 위원장에게 대표권을 준다는 문화예술위원들의 결정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도 “두 위원장이 동시에 출석한 것은 웃지 못할 코미디”라며 “문화예술위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법원의 판단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국회 문방위 소동은 문화예술위 업무보고 일정을 다시 잡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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