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헤어디자이너가 될래요."
9세 소녀가 국내 최연소로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9일 이인주(경기 안성초 3ㆍ사진)양이 이달 초 미용사 실기시험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양은 어머니 김희경(31) 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을 드나들면서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미용기술을 보고 익혔다. 손재주도 좋아 두 살 터울 동생 인화(7)양의 긴 생머리를 따주는 것은 늘 언니 이양의 몫이었다. 어머니 김씨는 "인주가 7살 때 재미 삼아 가발과 가위를 쥐어줬더니 꽤 능숙하게 커트를 하더라"며 "아이가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왕이면 미용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겠다 싶어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집 근처 학원을 1년간 다니면서 일찌감치 실기시험 준비는 끝냈지만 생소한 미용 관련 용어가 문제였다. 더구나 학원에서는 "너무 어려 강의를 알아들을 수 없다"며 필기시험 준비반에는 넣어주질 않았다. 그래서 집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필기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필기시험에 여섯 번이나 떨어졌다. 하지만 실기시험은 두 번 만에 붙었다. 이양은 "실기시험만 봐도 됐으면 좀더 일찍 붙었을 텐데"라며 환하게 웃었다.
미용사 실기시험은 커트 파마 핑거웨이브 메이크업 등 다양한 기술을 요구한다. 어른들도 쉽지 않은 시험이다. 이양은 손이 닿지 않아 받침대를 놓고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조그만 손으로 더 힘들지는 않았을까. "기술은 어려운 게 없었어요. 근데 가위가 어른용이라 커서 그런지 새끼손가락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어머니 김씨는 이런 딸이 그저 대견할 뿐이다. 김씨는 "사교육이다 실업이다 사회가 난리인데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해 살아가는 것보다는 일찍부터 기술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며 "인주가 계속 흥미를 갖고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생 인화양도 이달 24일 치러지는 미용사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최연소 미용사 기록이 조만간 깨질지 지켜볼 일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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