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의 인간적 하모니, 진솔한 소통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 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월급 받는 것도 아닌데….” 30년째 국내 최장기 음악감독으로 있는 서울바로크합주단 대표 김민(68ㆍ사진)씨의 말이다. 국내 실내악단의 맏형, 서울바로크합주단이 다시 장정에 나선다. 한국은 은메달을 딴 선수가 분루를 삼키게 하는 이상한 나라다. 콩쿠르에서도 1등이 아니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곧 잊혀진다. 이 악단은 그러나 정상의 고독보다 조화와 상생을 추구한 시간을 축적해 왔다.
3월 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여는 ‘45주년, 그 화려한 서막을 여는 갈라 콘서트-특별 정기 연주회Ⅰ’이라는 제목의 무대는 모차르트에서 현대음악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이 연주단의 저간의 성과를 확인케 한다.
비발디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과 모차르트의 ‘목관을 위한 신포니아 E♭장조’ 등 기존 작품부터, 재독 작곡가 이윤국씨가 쓴 ‘쇼팽 조곡’과 류재준씨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등 두 편의 국내 초연작까지 포함하는 무대다.
‘쇼팽 조곡’은 이윤국씨가 ‘녹턴’과 ‘에튀드’ 등 대중과 친숙한 쇼팽의 피아노 소품 12곡을 5악장의 관현악을 위한 작품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잘츠부르크 캄머 필하모니 상임지휘자인 이씨는 “오케스트라 경험이 부족한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 솔로 선율을 관현악으로 확장했다”고 말했다. 쇼팽 사후 150주년이던 1999년 잘츠부르크에서 초연됐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류재준씨의 작품은 22분 길이의 단악장으로 이뤄진 곡. 안단테에서 비바체까지 다양한 빠르기의 리듬이 한 작품에 공존, 현대음악의 매력을 선사한다. 1992년부터 펜데레츠키와 사제의 인연을 맺어 오고 있는 그의 신작에 대해 스승은 “대위법을 중심에 둔 바로크적 작품”이라고 평했다. 류씨는 “2006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리브라토리움 페스티벌의 위촉으로 초연돼 유럽에서는 1년에 10여회 연주되는 작품”이라며 “낙소스 레이블에서 출반된 작품이 국내 무대에 처음 서게 돼 매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민 대표는 그간 서울바로크합주단의 활동에 대해 “비대중적인 실내악의 모델을 수립, 서울챔버오케스트라와 서울신포니에타 등 유수의 악단으로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한 세월이었다”며 “2003년 사단법인화와 함께 시작한 해외시장 개척에도 더욱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지역에서 구축한 적극적 평가를 남미와 아프리카 등 미개척 지역으로 이어가는 것을 새로운 과제로 꼽았다.
이들에 대한 최고의 응원군은 해외 언론의 적극적 리뷰다. 김씨는 “리뷰가 곧바로 나오는 해외 무대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최상의 비결은 ‘음악 수준’”이라며 “3~6개월 간 함께 작업해 보고 서로 만족할 때 정식 단원 자격을 얻는 ‘느슨한 오디션’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재 59명의 이 연주단원은 유일의 30년차 전용우(51ㆍ바이올린)씨를 비롯해 김선희(52ㆍ바이올린)씨 등 20년차 단원 9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4월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아이티 난민 돕기 유네스코 자선 음악회’로 100번째 해외 공연의 기록이 수립된다. 이 시리즈 무대는 4월 바딤 레핀, 11월 막심 벤게로프 등 세계적 바이올린 주자들과의 협연이 예정돼 있다. (02)732-309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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