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하마스의 핵심 인물을 암살한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가 지목되면서, 이스라엘이 외교적 갈등을 감수하면서 암살을 감행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핵개발 추진으로 중동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이란에 강력한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1일 "이번 사건은 최근 중동갈등의 큰 틀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견 이 사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대립의 산물로 보인다. 하지만 살해된 마무드 알 마부가 하마스 내 이란 무기의 수입을 중개하는 등 이란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모사드의 최종 목표는 하마스가 아니라 이란이라는 분석이다. 알 마부는 살해 당시에도 이란으로부터 무기 수입을 위해 두바이를 방문 중이었다.
최근 이란의 핵개발 감행으로 이스라엘은 중동 내에서 궁지에 몰린 상태다.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과 공조를 통해 중동 내 반 이스라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게다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터라,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들 무장세력이 또 다시 대규모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스라엘은 알 마부를 암살함으로써 하마스 지도부와 이란에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외교적 파장은 엄청나다. 두바이는 자국 주권 침해라며 이스라엘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고, 모사드 요원들이 영국 등 유럽 4개국의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 우방과의 외교관계도 급랭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모사드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의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모사드는 두바이 당국이 폐쇄회로 화면에 찍힌 동영상과 휴대폰 기록 등을 조합해 모사드를 지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자국 안보에 중대한 사안을 모사드에 일임하는 것이 무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란은 모사드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부담스러운 대상"이라며 "이란 문제는 정보기관이 전담할 문제가 아니라 외교 등 다른 방식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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