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 절충안을 제시한 뒤 여권 내에서 타협안이 무성하게 거론되고 있다. 원안과 수정안의 대립이 워낙 첨예한 상황이므로 서로 조금씩 양보해 나름의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갖가지 타협안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일단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의원이 제시한 절충안의 골자는 행정부처 대신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국가인권위, 감사원, 공정거래위, 국민권익위 등 7개 독립 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은 부정적이다. 현기환 의원은 19일 친박계 연구모임 '선진사회연구포럼' 토론회에서 "행정부처는 정책 결정과 인허가 기능 때문에 인구 분산과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데 김 의원이 말한 독립기관에는 그런 중요한 기능이 빠져있다"며 "충청도민을 속이는 듯한 그런 방안은 세종시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친이계에선 신중하지만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 한 핵심 의원은 이날 "여권 주류 전반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김 의원 절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김 의원 안은 정부부처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행정 성격을 가미한 것으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인 원희룡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 김 의원 절충안에 대해 "정책 선택의 방법론이란 면에서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라고 동조했다.
친이계 내부에선 김 의원의 절충안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대안도 거론된다. 김 의원의 절충안에다 정책 집행 부서인 처, 청을 추가로 세종시로 보내는 방안이다. 당초 원안에 포함됐던 2처(국가보훈처, 법제처) 2청(국세청, 소방방재청) 이외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상청, 방위사업청, 농촌진흥청 등 7,8개의 처, 청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를 옮기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다"면서도 "처, 청을 일부 이전하는 것은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2,3개 행정 부처 이전론도 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행정 부처 중 비효율의 문제가 적은 교육과학기술부나 환경부 등을 중심으로 몇 개를 내려 보내면 된다"며 "편을 가르기 전에 절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지난달 7일 5,6개 부처 이전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22일 세종시 논의를 위해 열리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원안과 수정안 외에도 다양한 절충안에 대한 토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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