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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악회 낭독음악극 '왕모래'/ 국악의 가락에 맞춘 색다른 황순원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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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악회 낭독음악극 '왕모래'/ 국악의 가락에 맞춘 색다른 황순원 읽기

입력
2010.02.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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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살구꽃이 흩날리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새벽녘이면 으레 돌아오던 어머니가 이 날은 낮이 기울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돌이는 울음을 참아가며 머리맡에 놓은 요강만을 바라보곤 했다." 국악 실내악단 정가악회의 낭독 음악극 '왕모래'의 처연한 도입부다.

황순원의 소설 '왕모래'(1954년 발표)가 음악, 영상, 영어자막, 낭독이 합쳐진 낭독음악극으로 거듭난다. '논쟁' 등 실험적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임형택씨의 연출, '달콤한 인생' 등 영화 음악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작곡가 장영규씨의 음악, 뮤지컬 '남한산성' 등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정승호씨의 무대, 소년과 어머니의 이미지를 동양화적 영상으로 형상화해 낸 조상욱씨의 영상디자인 등 시청각의 향연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조야하게 말해 '새로운 소설 읽기'로 요약될 법한 이 무대는 음악극의 새 지평을 지향한다. 가슴 저릿한 슬픔과 아픔의 정서가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성우 이선씨의 낭송으로 구체화된다. 2007년 페루의 잉카가르시리아스대학에서 스페인어 자막과 함께 연주되는 등 해외 무대와도 낯을 익히고 있다. 새 시대에 맞는 국악 형식을 모색해온 정가악회가 도달한 현재다.

2000년 창단된 정가악회는 가곡과 줄풍류 등 전통 음악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할 것인가를 실험해 오고 있다. 음악극 '물고기의 꿈', 기획공연 '정가악회, 신문에 나다'와 '말과 음악' 등 일련의 무대를 통해 새로운 한국 음악을 모색한다. 새뮤얼 베케트,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 외국 작가들의 텍스트도 집단창작 방식을 통해 레퍼토리화하고 있다. 3월 3~6일 오후 8시 LIG아트홀. (02)583-9979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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