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티클보드(PB) 업계 1위인 동화기업 인천 북성동 공장. 가구의 기초 재료로 쓰이는 보드들이 산처럼 쌓여있는데 보드 중간중간에 녹색 보드들이 유달리 눈에 띄었다.
공장 관계자는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리터 당 0.5㎎∼0.3㎎(데시케이터 측정법)에 해당하는 E0급 친환경 보드를 구별하기 위해 녹색 색소를 집어 넣었다"며 "현재는 우리 회사 전체 생산량의 10∼15% 정도가 E0급이지만 환경 관련 규제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티클보드의 등급은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나라별,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데시케이터 측정법을 이용하는데 리터 당 방출량 단위(㎎)를 기준으로 5.0< E2급 <1.5< E1급< 0.5 < E0급 < 0.3 < 슈퍼E0급 등으로 나뉜다.
요즘 가구업계 화두는 '친환경'이다. '새 가구 증후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최근 파티클보드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말 앞으로 모든 가구제품의 환경 기준을 E1 수준에서 E0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내놓았다. 실내공기질관리법을 강화해 포름알데히드 방산량 기준을 높인 것.
가구업체들은 7월부터 E0수준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 동안 강제성 없는 KS규격만 있었던 것에 비하면 환경 기준이 꽤나 까다로워 지는 것으로 주로 E2수준이나 E1수준의 보드를 써왔던 가구업계나 건설업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
반면 수 년 전부터 친환경 소재, 수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4월부터 E0급 보드 '동화에코보드'를 본격 생산하고 있는 동화기업은 한결 여유가 있는 편이다. 동화기업의 자회사 동화그린켐의 이시준 대표는 "아무도 보드의 환경 기준에 신경을 쓰지 않던 때부터 꾸준히 연구 개발을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E0수준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꺼내든 것이 '제로보드'. 우영도 연구부장은 "보통 가공되지 않은 자연 상태 나무에서 리터 당 0.03㎎의 포름알데히드가 나오는데 제로보드는 바로 자연 상태의 나무와 같은 수준의 양을 방출한다"며"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고의 친환경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제로보드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은 슈퍼E0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제로보드 개발의 비밀은 바로 '수지'에 있다. 보통 나무 섬유나 목재 칩을 압축시킨 후 다시 굳게 하는 과정에서 접착제를 쓰는데 바로 이 접착제에 포르말린 등 유해물질이 들어가면서 환경 문제를 일으켰던 것. 실내용 자재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일정량을 넘으면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한다. 동화기업은 바로 이 수지 개발을 위해 2008년 6월 수지연구팀을 따로 만들었다.
동화그린켐 연구팀은 지금껏 주로 쓰였던 포르말린이 들어있는 요소수지, 멜라민수지 대신 포르말린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수지(NAFㆍNon Added Formaldehyde)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시준 대표는 "2년 가까이 수십만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쳤다"며 "현재 국내 특허는 출원했고 국제 특허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로보드는 우선 어린이용 가구나 어린이 집, 유치원, 박물관, 요양원 등 건강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공간을 먼저 공략한다는 게 동화기업의 계획. 동화기업 관계자는 "일본, 캐나다, 유럽 등 우리보다 먼저 친환경 가구에 관심을 갖는 나라에 수출도 진행할 것"이라면서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천=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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