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꿈꾸던 사하라의 스타트라인에 서는 순간 고비를 꿈꿨고, 고비에 도착해서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을 생각했어요. 꿈을 향해 가다 보면 계속 새로운 꿈이 생긴다는 걸 알았죠.”
가장 뜨거운 사막인 사하라, 가장 추운 고비,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부는 남극까지. 2003년부터 5년 간 영화 프로듀서 김효정(34)씨가 뛰었던 곳들이다. 김씨는 식량, 침낭 등을 넣은 배낭을 메고 1주일간 사막을 달리는 사막마라톤을 다섯 차례나 완주했다. 그가 달린 거리는 1,051㎞. 4개 사막레이스 완주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사막레이스 그랜드슬래머’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김씨가 사막 위에서 보낸 시간을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일리 발행)에 담았다. 평범한 여성이 사막을 꿈꾸게 된 사연, 사막에서 겪었던 육체적 고통과 환희,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왜 하필 사막이냐는 질문에 그는 “사랑에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접 해보면 알 수 있다”며 웃었다. “영화사 싸이더스FNH의 제작부 시절이던 2000년 영화 ‘무사’ 촬영으로 중국 중웨이 사막에서 한 달을 보냈는데 남들은 힘들다는 사막 생활이 전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사막을 꿈꾸다가 1년 후 TV에서 한국인 최초로 사하라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40대 은행 지점장을 소개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도전을 결심했죠.” 나는>
그때부터 그는 촬영 현장에서 4㎏이 넘는 배낭을 메고 다녔고, 새벽 3시까지 일을 하고도 6시 반이면 어김없이 수영장으로 가서 체력을 키웠다. 2003년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도전해 완주자 633명 중 626등을 한 뒤, 매년 휴가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사막들을 밟아나갔다. 산악 지형이 많은 고비에서는 발바닥 뼈가 부러진 것도 모른 채 퉁퉁 부은 발로 걸었고, 아카타마 사막의 소금산을 넘을 때는 발 밑에서 들리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황홀해하기도 했다.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이 강했고, 몸을 움직여 실천했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는 순간, 꿈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 ‘꿈꾸는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영화사를 차린 김씨는 첫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사막에서 얻었다. “사막에서 만난 아저씨들은 모두 가족을 가슴에 품고 달리고 있었어요. 자신의 꿈을 접은 채 살아야 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계획입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