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전쟁과 평화> 를 쓴 톨스토이라는 대문호를 배출하고, 세계적인 음악가 차이코프스키를 낳았으며,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탄생시킨 나라다. 전쟁과>
하지만 유독 제조 기술은 전무한 편이다. 그래서 해외산 제품에 대한 의존력이 크다. 이중에서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우리나라 제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품질대비 가격이 합리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자제품에 대한 러시아인의 애정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각별하다.
올해는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체결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이지만 러시아시장에서 '국민브랜드'로 자리 잡은 한국 전자제품의 성공스토리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 단장 자하로프 발레리 빠플로비치(66)씨. 러시아내에서도 이름난 친한파인 그는 집안에 있는 TV, 냉장고, 세탁기부터 휴대폰, 자동차까지 모두 '한국산'제품을 쓰고 있다.
발레리 단장은 "한국 제품을 쓰다 보니 한국(까레야)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호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가루부시까나 쪼쁠리스탄 등 전자상가를 방문하면 나 같은 친한파를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모스크바 북쪽의 '가르부시까'는 우리나라의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러시아 최대규모의 전자제품상가 밀집지역이다.
이 곳 휴대폰 매장들은 모든 단말기를 쇼윈도 밖에 진열하고 있다. 그래서 지나가는 쇼핑객들이 자유롭게 만져보고 눌러보고 기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휴대폰은 30달러부터 1,000달러 이상 되는 제품까지 가격도, 종류도 모두 다양했다.
이 곳 매장에서 일하는 끼릴 치카로프씨는 "중ㆍ고등학생들은 삼성전자의 '코비'를 주로 찾고, 대학생들에겐 '스타'(GT-S5230)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비의 인기비결은 노란색, 흰색, 분홍색, 오렌지색 등 4가지 색상에 화려한 디자인, 여타 휴대폰에 비해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스타의 경우 학습관련 UI가 많아 대학생들이 리포트 작성 등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LG전자의 '와치폰'은 1,000달러가 넘는 고가임에도 러시아 부유층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모스크바에서만 400대가 판매됐다. 이른바 프리미엄폰은 한 달에 100대 이상 팔리면 성공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박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한국 휴대폰의 시장 점유율도 급상승하고 있다. 휴대폰 매장의 한 관계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가 러시아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켜왔지만 지금은 러시아인 절반이 한국산 휴대폰을 구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지난 해 러시아가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노키아와는 다른 러시아 시장공략법을 택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노키아는 당시 러시아 경기침체로 인해 제품판매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 신제품 출시를 자제하는 등 마케팅 축소에 초점을 맞췄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신규로 휴대폰을 구입하는 중ㆍ고교생 및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제품을 대거 내놓았는데 이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노키아는 러시아와 같은 GSM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CDMA 방식의 우리나라 휴대폰에 비해 러시아 진출이 쉬웠다"며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는 러시아 수출용 휴대폰을 GSM방식으로 전환해서 보내는 대신, 각 연령대를 고려한 맞춤형 휴대폰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시장 휴대폰 점유율은 노키아 38.3%, 삼성전자 38.1%, LG전자 11.6%를 기록, 노키아를 제치고 50%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2008년 노키아 34.8%, 삼성전자 30.9%, LG전자 3.9%이었던 점유율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모스크바 남쪽 쪼쁠리스탄의 엘도라도 매장에는 LCD 평면TV와 LED TV 제품의 경쟁이 한창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격. 삼성전자 32인치 TV가격을 100으로 친다면 LG전자가 90, 세계적인 브랜드인 필립스와 소니는 70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이 한때 저가공세로 해외시장을 공략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지난 해 러시아 LCD TV점유율은 삼성전자 27.7%, 필립스 16.9%, LG전자 11.6%. 삼성전자는 우수한 품질을 앞에서 고가라는 약점에도 불구, 2007년부터 이전까지 1위였던 필립스를 누르고 정상에 우뚝 섰다.
TV 매장에서 만난 한 러시아인은 "가격 때문에 한국 제품 구입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품 자체만 두고 본다면, 역시 한국제품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모스크바=글ㆍ사진 임현주 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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