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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3> 해양학자에서 상담사로 변신한 이광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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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3> 해양학자에서 상담사로 변신한 이광우 원장

입력
2010.02.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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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운 콧수염과 편안한 웃음, 몸에 밴 듯한 친절함까지. 1970∼80년대 해양오염 연구의 권위자로 불렸던 과학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광우심리상담센터에서 만난 이광우(73) 원장은 심리상담사가 되어 일구고 있는 새로운 인생이 "더없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든 이 원장의 삶은 곧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67세 대학원 신입생

"한양대 교수 시절 은퇴를 1년 앞둔 시점이었어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안 남았는데, 뭔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목사셨던 부친을 따르지 않은 게 늘 마음의 짐이었던 터라 미국으로 가 신학교에 다닐까 생각했어요."

이런저런 학교를 알아보던 중 심리상담학이 눈에 띄었다. 목사로서 종교적으로 봉사하는 것도 좋지만 학문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일도 보람 있겠다 싶었다. 은퇴하고 나서 용기를 내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이 원장은 67세였다.

"학생을 가르치던 입장에서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게 말처럼 쉽지 않더군요. 주위에서 새삼스럽게 무슨 공부냐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었고요. 더구나 자연과학자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사회과학을 공부하려니 학문이나 사회에 대한 가치관부터 바꿔야 했어요."

과학은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증명한다. 공동연구라도 세부 실험들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도 온종일 일할 수 있다. 심리상담은 다르다. 기본이 대인관계다.

"25년쯤 전인가,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였죠. '아빠가 말 걸면 벙어리도 말을 할 거야' 하는 거에요. 깜짝 놀랐죠. 어린 아들이 저보다 먼저 제 '소질'을 파악한 셈이잖아요."

남의 얘기를 들어주며 대화하길 좋아하는 이 원장의 성격은 과학자 시절엔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재미가 붙으니 자신감도 더해졌다. 2년 반을 공부한 뒤 만 70세 되던 2007년 4월 자신의 이름을 건 상담센터를 열었다. 이 원장은 이때가 제2의 인생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본다.

"상담을 하면서 저 스스로도 더 유연해지고 인내심도 늘었어요. 상담하러 온 분들이 흰머리가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면서 아무 얘기나 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네요. 머리를 염색할까 하다 관뒀죠(웃음)."

"과학, 완전히 떠났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기 전까진 이 원장도 여느 과학자와 다를 바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네소타대 퍼듀대 위스콘신대를 거치며 해양과학자로 활약했다.

7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귀국한 뒤 한양대로 옮겨 은퇴할 때까지 4대강과 공단지역 연안의 수질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전국을 쏘다녔다. 해양환경보전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고, 오직 연구를 위해 5대양을 항해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양화학 교재도 썼다.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죠. 연구비는 물론 장비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시절에 어떻게 그렇게 일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해요. 국내 과학계는 좁고 깊게 학문을 해야 인정받는 경향이 있어요. 인생의 폭과 시야를 넓히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한데 말이죠."

이 원장은 지금은 "과학계를 완전히 떠났다"고 잘라 말한다. 40여 년을 과학계에 몸 담고 적잖은 연구실적을 쌓았으니 은퇴 후에도 '원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듯한데 말이다. 하지만 기왕 새 길에 들어섰으니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게 이 원장의 뜻이다.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했던 과학자 때의 삶과 달리 상담사로서의 삶엔 여유도 가미하고 있다. 겨울 스키를 즐기기 위해 평소 등산과 요가로 몸을 다지고, 색소폰을 배우고 싶어 젊은이들 위주인 동호회에 가입해 퇴근 길마다 연습실에 들른다.

또 다른 학자의 삶으로

그래도 학자의 '끼'는 버리지 못했다. 최근 이 원장은 국내외 심리학회를 꼬박꼬박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행복과 긍정, 웃음, 유머와 관련된 최신 심리학 이론을 배우기 위해서다. 여기에 70여년의 인생경험을 더해 '이광우표 행복심리학'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좋은 인간관계의 기본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에요.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갈등과 고민 상당수가 그러지 못해 생기죠. 지금의 자기 모습을 좋아하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어요."

말로는 참 단순하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다. 하지만 40여 년간 학자로 활약해온 상담사에게 들으니, 왠지 믿음이 간다.

●행복심리학의 핵심, 유머학

"미물?일본에선 유머가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았어요. 최근 미국과 일본의 심리학 관련 학회에 참석해보니 '유머학'이라는 분과까지 있더군요."

그때 "이거다" 싶었단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도 새로운 학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행복심리학의 핵심이 바로 유머학이라는 게 이광우 원장의 신념이다.

"대학교수 시절 모임에서 농담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뒤돌아서면 교수나 돼 갖고 괜히 농담이나 한 건 아닌가 부끄러워지곤 했죠. 사실 듣는 사람들은 즐거워했는데도요."

웃음에는 왕도가 없단다. 그저 웃으면 된다. 심지어 억지 웃음이라도 괜찮다. 억지로 웃든 참으로 웃든 일단 웃기 시작한 뒤 5초만 지나면 우리 뇌는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번 웃을 때마다 뇌에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이 나오죠. 생리학적으로도 효과가 있어요.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천연진통제 역할도 한답니다."

사람의 일생을 80년이라고 치면 일하는데 30년, 먹고 자는데 23년을 보낸다. 웃는데 쓰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고작 21일이란다. 또 어린이는 하루에 300∼400번 웃는데, 어른은 기껏해야 5∼8번이다. 듣고 보니 '너무 안 웃는다'는데 공감이 간다.

"어느 영화에선가 마라톤 선수의 다리가 백만 불 짜리라고 했던가요? 우리 웃음도 그만큼의 가치, 충분히 있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지는 거죠."

●이광우의 인생이모작을 위한 조언

스스로 "인생이모작에 이 정도면 성공하지 않았냐"고 말하는 이광우 원장에게 제2의 인생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인생 후반부의 성공을 위해선 개인은 물론 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1. 항상 무엇이든 배워라. 학문을 배우는 것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자기 성격을 면밀히 분석하고 숨겨져 있던 능력을 찾아내자.

2. 비교하지 말라. 자신과 타인은 다르다. 눈송이 하나하나가 아름답듯 사람도 저마다 특이하고 의미 있는 존재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자.

3. 대학 문을 열어라. 은퇴자가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 늦깎이 공부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면 별나다고 보는 시선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4.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 할 수 있는 일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의 접점을 찾아라. 새로운 일이어도 좋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직업의 약 70%가 10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다.

5. 90세가 넘도록 산다고 가정하고 인생의 장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진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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