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 불똥이 케이블TV로 튀었다. SBS가 독점 중계권을 이유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들의 재전송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동계올림픽 재전송이 중단되지는 않더라도 6월 개막하는 남아공 월드컵을 돈을 내고 봐야 하거나 아예 보지 못하는 케이블TV 가입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18일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방송 관련 저작권법 위반행위 중지 요청’ 공문을 보냈다”면서 “독점 중계권을 빌미로 국민 시청권까지 위협하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SBS는 이에 대해 “우리의 허락 없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삼아 판촉 활동에 사용하는 행위가 저작권 위반이라는 사실을 통보한 것일 뿐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성회용 SBS 정책기획팀 부장은 “일부 사업자가 ‘동계올림픽 금메달 기원 케이블 상품 가입 대축제’ 등 영리 목적에 사용하고 있어 이를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케이블SO들은 결국 재전송료를 내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케이블SO들에 대한 지상파 3사의 ‘방송 실시간 재전송 중단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즉각 재전송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재전송료 문제를 거론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SBS가 공문을 보낸 직후인 16일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 명의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재송신 행위가 행해진 기간만큼 해당 회사의 디지털 케이블 방송에 가입한 월별 가입자 1인당 320원씩, 그리고 이에 대한 법정이자(연 6%)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케이블SO들에게 보냈다.
현행대로 무료 재전송이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재전송료 문제의 해결 방향에 따라 시청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SO들이 당장 재전송을 중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성회용 부장의 말에 비춰볼 때 그 효과는 6월 월드컵 때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상은 올해 디지털 케이블TV 상품 신규 가입자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기존 가입자 80만여명이다.
만약 월드컵 개막 전 지상파들의 재전송료 요구를 케이블SO들이 받아들인다면 80만여명은 지상파 방송사 1곳당 320원, 총 960원을 매달 추가로 부담해야 월드컵 경기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다. 케이블SO가 일부 부담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결국 가입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전송 중단 가처분 신청에 대한 항소가 받아들여져 재전송이 중단될 경우, 80만여명은 케이블TV로는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다. 위성방송, IPTV 등으로 방송 수신 방법을 바꿔야 한다. 이상술 MBC 기획조정실 실장은 “그나마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케이블TV 가입자가 아닌 신규 디지털 가입자에 대해서만 재전송을 중단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80만여명이 입을 피해는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무료 보편적 공공서비스인 지상파를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IPTV 등 다른 방송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안테나로 직접 수신해 볼 수 있도록 하고 나서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저작권 행사는 타당하나 시청자들의 플랫폼 선택권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서중 성공회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전체 시청자의 80% 이상이 직접 수신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직접 수신률을 높이는 노력을 하면서 컨텐츠 사용료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상파에 TV 수신료를 내면서도 안테나로 직접 수신을 할 수 없어 케이블TV를 보는 사람들에게 지상파 재전송료를 추가로 받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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