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을 겪은 후 69세를 맞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의 북한체제 변화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대비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터프스대학 북한 전공 이성윤 교수는 16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기고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노쇠, 극심한 경제난과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민심동요 등을 고려해볼 때 북한에서 김정일 체제 종말은 가까운 시일 내 발생할 불가피한 사건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 경우, 한반도와 주변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한미 합동군사계획인 '작계 5029'는 ▦핵 등 북한이 비축한 대량살상무기 확보 ▦치안ㆍ국경 유지 ▦북한 주민 인도적 지원방안 등 단기대책일 뿐 북한내 체제공백에 따른 장기대책은 부족한 형편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일본을 점령해 국가체제를 재편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잘 조직된 관료체제와 정부기구를 갖추고 있던 당시 일본과 붕괴 직전인 현재 북한을 비교해 볼 때 미국의 개입은 일본보다 훨씬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북한은 총체적 개조가 필요한 상황에 있고 북한에 시장경제 체제도입과 개인의 자유 정착을 위해서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05년 테오도르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이 '카스라-테프트 조약'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묵인했던 때와 1949년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한반도를 미국 방위망에서 제외한 직후 한반도에서 국권상실과 전면전이 초래됐던 역사를 상기시키며,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미국이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면 주변국간 갈등이 고조돼 또 다른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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