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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코리아' 황금기 열렸다/ 뚝심·배짱의 질주… 볼프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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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코리아' 황금기 열렸다/ 뚝심·배짱의 질주… 볼프를 울렸다

입력
2010.02.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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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21ㆍ한국체대)의 금빛 질주는 불안감을 이겨낸 뚝심으로 빚어졌다.

17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이상화는 1차 레이스 때 자신이 좋아하는 아웃코스에 섰지만, 옆 레인이 최강자 예니 볼프(31ㆍ독일)라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볼프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이상화는 "전날 조 배정을 확인한 뒤 잠이 안 올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1차에서 부정출발까지 겹치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그러나 1차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 볼프를 제친 이상화는 2차에서도 볼프를 만나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더니 가슴 쩌릿한 금메달의 감동을 껴안았다.

1. 이강석의 악몽이 또?

1차에서 나란히 선 이상화와 볼프는 총성 후 몇 걸음 내딛지도 못하고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스타트를 의식한 이상화가 총성이 울리기 직전 다리를 움찔한 것.

전날 이강석(25ㆍ의정부시청)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이강석은 남자 500m 1차에서 일본 선수가 부정출발을 하는 바람에 두 번째 스타트에서 움츠러들었고, 이는 고스란히 기록 부진으로 이어졌다. 스피드스케이팅에는 두 번째 스타트에서 부정출발한 선수가 무조건 실격 당하는 규정이 있다.

실격 걱정에 잔뜩 위축될 법도 했지만, 이상화는 총성을 듣자마자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100m 랩타임은 10초34. 10초4가 보통이던 이상화의 개인 최고 랩타임이었다.

2. 0.058초, 볼프를 이겼다.

100m에서 볼프(10초26)에게 불과 0.08초 뒤진 이상화는 이후부터 무섭게 힘을 냈다. 나머지 300m 기록은 이상화가 27초90, 볼프가 28초04였다.

좌석을 가득 메우다시피 한 7,000여 관중은 100m 이후 시나브로 앞서 나가던 이상화가 피니시 라인마저 먼저 통과하자 한바탕 술렁였다.

북미와 유럽 관중으로 양분된 관중석은 이내 차갑게 식어 들었다. 이상화(38초249)와 볼프(38초307)의 차이는 0.058초. 이상화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금메달을 기대케 했다.

3. 마지막 코너링과 날 차기, 금메달이다!

1차 결과에 따라 확정되는 2차 출발조에서도 이상화는 볼프와 짝을 이뤘다. 이번에는 인코스에서 출발해 아웃코스로 빠져야 했다. 바로 앞서 세계랭킹 2위 왕베이싱(25ㆍ중국)이 찍은 38초144는 마음의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이상화의 100m 랩타임은 오히려 10초29까지 떨어졌다. 개인 최고기록을 또다시 앞당긴 셈. 역전 우승을 위해 스타트부터 사력을 다하는 볼프와 각축전을 벌이던 이상화는 마지막 코너(전체 4개 코너)에서 승부를 걸었다.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파고들 때 볼프를 턱밑까지 추격한 뒤 피니시 라인 직전 정확한 타이밍에 발을 차올렸다. 먼저 통과한 볼프(37초838)와의 차이는 고작 0.012초. 전광판으로 1, 2차 합계 기록을 확인한 이상화는 감격에 못 이겨 눈물을 쏟았다.

밴쿠버=양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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