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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추노는 '잡놈의 현실'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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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추노는 '잡놈의 현실'이 힘이다

입력
2010.02.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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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노'는 '잡놈'들의 이야기다. 추노꾼 대길(장혁)은 저잣거리 잡놈이고, 태하(오지호)는 잡놈 취급을 받는 노비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에 양반이었고, 잃어버린 여자와 나라를 되찾겠다는 꿈이 있다. 소현세자의 아들을 지키려고 태하를 배신했다는 오해를 받고 살며 스스로 잡놈이라 말하는 한섬(조진웅)은 '추노'의 남성상이다. 현실은 잡놈이지만, 가슴 속에는 꿈이 있다.

'추노'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임재범의 노래 '낙인'이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저잣거리의 잡놈들이 진지해지면 '추노'는 그들을 임재범의 노래처럼 남성성 가득한 비장미로 묘사한다. 그래서 '추노'는 100% 남성 사극이다. 대길 같은 잡놈이 설화(김하은)만큼은 보호하려는 것은 남자의 기사도에 기인한다. 종이가 흩날리며 대길, 태하, 철웅(이종혁)이 싸우는 장면에서 비둘기가 날며 총격전이 벌어지는 영화 '첩혈쌍웅'이 어른대는 것은 두 작품이 모두 남자 이야기여서다. 영화 '300'에서는 남자들이 "스파르타"를 외치고, '추노'에서는 태하 일행이 "원손마마"를 외친다.

그러나 '추노'의 남자들은 서로 '언니'라고 부르는 조선에서 산다. 민초들이 노비로 전락하는 현실의 조선에서 남자들은 격렬한 몸짓을 보여주고, 이때 '추노'의 비장미와 스타일이 탄생한다. 그 점에서 '추노'는 KBS '아이리스'에 대한 대답이다. '아이리스'는 고난에 빠진 남성의 액션과 비장미를 과시하느라 그 남성이 딛고 있는 현실 묘사에 실패해 알맹이 없는 겉멋만 남았다. 반면 '추노'는 남성의 꿈과 비정한 현실을 마찰시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남성적 액션과 비장미가 주는 쾌감에다, 조선의 현실을 통해 지금의 현실에 메시지를 던지는 깊이를 함께 용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추노'에서 남자들을 고난에 빠뜨리는 언년의 캐릭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는 단 하나만 원할 뿐이에요. 사내가 변함없는 마음으로 늘 한결같은 거"라는 언년의 말에서 '추노'는 불의에 저항하고 여성을 위해 한 몸 기꺼이 희생하는 기사도를 이상으로 삼는 남성의 사극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추노'의 한계이면서도 극을 끌고 가는 힘이다.

지금 '추노'가 해야 할 건 이 남성의 꿈과 조선 저잣거리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선의 현실을 사는 민초들의 삶이 뒷받침돼야 현실을 극복하려는 남자들의 비장미가 '겉멋'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절반이 남은 '추노'가 '잡놈'의 현실과 '영웅'의 비장미를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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