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법원의 모든 판결문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변협 등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사건들의 판결문만 인터넷에 공개하는 현재의 제한적인 공개방식과 달리 1,2,3심 판결문이 전면 공개될 경우 그 동안 논란이 돼온 양형 편차나 재판의 편향성, 전관예우 등의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17일 "판결문 공개에는 대법원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며, 이를 주장해온 변협과 지난해 말부터 공개 방식 등에 대해 상의해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산이나 (재판 당사자) 익명처리 문제 등을 정리해 입법이 완료되는 대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전면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과 변협은 이와 관련해 '사법정보공개법'(가칭)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변협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TF 구성안을 전해 들은 상태로, 공식 제안이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TF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삼륜과 학계 인사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 공개는 현재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주요 판결을 검색ㆍ출력하는 것과 같이 키워드나 사건번호 등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 홈페이지를 확대 개편하는 방식이 될지, 별도의 사이트를 마련할지는 기술적 검토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쟁점이 돼 왔던 사건 당사자 익명처리 문제와 관련해선 '익명허가제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익명허가제란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당사자가 익명처리 여부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허가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판결문을 익명 처리할 필요가 없어져 비용을 절감하고 프라이버시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판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을 일정기간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공소장이나 항소(상고)이유서 등에 대해선 변협이 공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고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판결문 공개가 국민들의 사법정보 접근권을 확대시킴으로써 자연스레 사법부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판결문 전면 공개는 판결의 공정성이나 편향성 논란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법원장을 지낸 다른 변호사는 "재판 공개가 헌법상 원칙인 만큼 판결문도 당연히 공개하는 게 맞다"며 "다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흥미 위주의 악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준모기자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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