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속의 전성기를, 그것도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열어젖힌 이승훈(22), 모태범, 이상화(이상 21ㆍ이상 한국체대) 3인방은 공통점만큼이나 각양각색 개성도 뚜렷하다.
이들 셋은 2007년 한국체대 입학동기. 한번 뭉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떠는 '절친 삼총사'다. 특히 은석초교 동창인 모태범과 이상화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한 길을 걸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으로 성장했다. 김관규(43ㆍ용인시청) 대표팀 감독은 17일(한국시간) "사실 이들 3명이 최근 가장 상승세라 기대를 조금 하긴 했는데 이 정도로 큰일을 할 줄은 몰랐다"며 흐뭇해 했다. 이어 김 감독은 "3명의 성격이 다 다르다. 그래도 공통된 한가지는 훈련 스케줄을 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다 소화해내고 마는 악바리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첫 메달의 주인공 이승훈은 셋 중 가장 '모범생' 스타일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들은 "이승훈은 차분함이 최대 강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5,000m, 1만m가 주종목이라 한번 레이스를 마치고 나면 온몸이 목욕한 듯 땀으로 젖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김 감독은 "(이)승훈이의 경우 말없이 조용한 듯 하지만 또 막상 경기에 나서면 지지 않으려는 승부 근성이 눈에 보일 정도로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1년도 안 된 이승훈은 은메달 획득 다음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쇼트트랙은 옛사랑, 스피드스케이팅은 첫사랑"이라는 '명언'을 남겨 평소와는 또 다른 면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모태범은 이승훈과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굳이 범주를 구분하자면 '반항아' 스타일에 가깝다. 스스로도 "스릴을 즐기는 성격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스피드를 만끽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삐죽삐죽 하늘로 솟는 머리 스타일도 모태범을 설명하는 것들 중 하나. 모태범은 금메달 레이스 직후 인터뷰 때도 경기 당시 눌린 머리카락을 다시 세우느라 한시도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 왼쪽 귀에는 피어싱을 해 의도적이든 아니든 반항적 이미지가 극대화됐다. 또 '이변의 주인공'으로 부각되자 "무관심이 오히려 승리 욕구를 자극했다"는 가시 돋친 농담을 하며 입 한쪽으로 비스듬히 웃어 보이기도 했다.
모태범의 단짝 아니랄까 봐 이상화도 거침이 없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을 만큼 예쁘장한 외모를 지녔지만, 남자들 사이에서 훈련해서일까. 말투와 행동은 남자나 다를 바 없다. 훈련 중 코칭스태프의 면전에다 총으로 '빵' 쏘는 시늉을 해 깜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어깨로 툭 치고 지나가며 자신만의 애정 표현을 한다. 김 감독은 "마냥 사내 같지만, 또 뜯어보면 여린 구석이 있다"고 이상화를 설명했다. 이상화는 메달 확정 후 셋 중 유일하게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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