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내시경 검사를 1~2년마다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반 내시경은 구역감과 통증으로 인해, 수면내시경은 수면유도 약물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반 내시경의 고통과 수면내시경의 불안을 해소한 내시경이 바로 '코내시경'이라 불리는 경비내시경이다.
경비내시경은 가늘고 부드러운 내시경 장비가 코를 통해 위로 들어간다. 좁은 콧구멍으로도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굵기 때문. 일반 내시경의 지름이 9.8㎜인 데 비해 경비내시경은 4.9㎜이다. 일반 내시경보다 면적이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 셈이다.
경비내시경은 일반적인 위내시경 검사에 비해 구역질과 인후통, 질식감 등 불쾌감과 고통이 적으며, 검사 후에도 목의 통증이 적다. 내시경을 처음 받는 사람이나 일반 내시경을 할 때 입으로 굵은 관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구역감ㆍ호흡불편 등을 심하게 겪었던 사람이라면 경비내시경을 고려할 만하다.
경비내시경 중 환자가 의료진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어 위암의 조기발견 등에는 수면내시경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의식이 또렷한 가운데 자신의 위 상태를 직접 모니터로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어 환자가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환자가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므로 꼼꼼히 관찰할 수 있어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검사과정도 비교적 간편하다. 시술 전 처치는 내시경 검사 전 코에 마취제와 비강을 넓히기 위한 혈관수축제를 뿌리는 것이 전부다. 혈관수축제는 콧구멍을 넓히며 혹시라도 있을 출혈을 방지해준다. 마취 후에는 환자가 호흡하기에 편한 콧구멍으로 내시경을 넣는다. 앉아서 검사를 받을 수도 있지만 보통 옆으로 누워 편한 자세로 검사를 받는다.
경비내시경은 이렇듯 일반 내시경보다 고통은 적으면서 검사과정도 부담스럽지 않아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화기질환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이 지난해 일반ㆍ경비ㆍ수면내시경을 받은 환자 중 9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비내시경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시경을 받을 때 통증은 일반내시경(3.97ㆍ5점에 가까울수록 고통이 큼)이 가장 컸고, 이어 경비내시경(2.75), 수면내시경(1.05) 순이었다. 내시경 시술 도중이나 시술 뒤에 구토와 재채기, 구역질 등을 경험한 비율도 일반내시경(30.5%)이 가장 많았고, 경비내시경(16.3%), 수면내시경(14%) 순으로 나타났다.
수면내시경의 통증은 이론적으로는 '0'에 가까워야 하는데도 '1.05'로 나온 이유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이 듣지 않거나 효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 검사 때 경비내시경을 다시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71%로 나타났다. 경비내시경을 다시 선택하겠다는 응답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여성의 비율보다 높았다. 홍성수 진료부장은 "코가 작은 사람들은 경비내시경을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보다 코가 작고 통증에 민감해 경비내시경 재선택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발표된 '경비내시경 만족도 연구결과'에서도 경비내시경을 받은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환자 109명 중 85.3%가 '매우 만족', 13.8%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불만은 0.9%에 그쳤다. 한 일본 조사에서도 경비내시경으로 검사 받은 사람의 88~93%가 경구용 내시경보다 편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편리한 경비내시경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코피가 자주 나는 등 출혈성 소인이 있거나 콧구멍이 선천적으로 작은 사람은 경비내시경을 받을 수 없다. 코뼈가 휜 비중격 만곡증이 있거나 해부학적으로 콧구멍이 좁은 사람, 비염이 심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또한 경비내시경은 구강용 내시경에 비해 조작술을 익히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우므로 반드시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로부터 받는 것이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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