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루에 7,000~1만 리터 이상 공기를 마시는데 폐의 건강을 지키려면 들이쉬는 공기를 깨끗이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공기는 아직 오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하면 현격히 좋아져 폐의 건강과 질병을 전공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환영할만한 일이다.
우리 몸의 필터 역할을 하는 폐의 건강을 생각하면 실외 공기오염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오염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더욱이 추운 날씨에는 환기를 덜하게 되므로 실내 공기가 오염되기 더 쉽다. 실내 공기오염은 취사할 때 연료 연소 과정이나 실내 흡연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외나 실내 공기가 오염되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기침, 가래가 생겨 고생할 수 있고,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이 만성적으로 폐와 기관지가 나쁜 사람에게는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독자들에게 "무서운 병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암, 뇌졸중, 심장병 등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COPD도 무서운 병이다"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COPD란 담배나 먼지, 가스 등이 원인으로 숨을 쉴 때 공기가 들락거리는 길인 기관지가 좁아지고 기관지 끝인 폐포가 망가지면서 폐 기능이 천천히 저하돼 숨이 차게 되는 질병이다.
COPD는 미국 조사에 의하면, 주요 질병 중 유일하게 사망률이 상승하는 질병이고 세계보건기구(WHO) 추정에 의하면 2020년에는 COPD가 전세계 사망원인 3위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COPD 사망이 상승하는 이유는 다른 질병에 대해서는 그 동안 관심과 노력을 많이 기울여서 질병을 상당히 치료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COPD에 대해서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COPD 사망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구가 고령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고령화될수록 폐의 방어기능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가벼운 증상의 COPD 환자의 경우에도 고령으로 갈수록 더 취약해지고 이로 인해서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섭고 중요한 병이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관심권 밖에 있었을까? 그 이유는 그 동안 COPD에 대해서 효과적인 치료 약제가 없었다는 것 때문에 의사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제일 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효과적인 치료 약제가 개발돼 치료의 길이 열렸는가?
그렇다. 최근 신약 개발의 눈부신 성과로 COPD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늦은 감은 있지만 COPD라는 질병을 치료할 길이 있다고 널리 알리고 환자를 찾아내어 치료해 주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점점 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폐 기능이 약한 고령자의 건강을 지키는데 이제 의사와 사회가 더 관심과 노력을 보여야 할 때이다.
이상도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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