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의 사전적 의미는 뭘까. 간단히 정리하면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갖고 태어났으며, 타고난 잠재력 계발을 위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다. 단순히 공부 잘하는 수재와 달리 영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측면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런 영재의 원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영재를 만들어준다"는 사설 학원들이 곳곳에 등장해 학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너 살 유아 때부터 '영재'란 이름을 내건 각종 사교육 프로그램이 난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처럼 과열된 영재교육에 일대 변화를 주기로 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영재교육을 맡고 있는 시도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운영 방식을 확 뜯어고치는 것이다. 영재 선발은 물론 교육 내용도 획기적으로 손질한다.
영재교육원 교육대상자는 시험 대신 '관찰 및 추천 전형'을 통해 뽑는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서울 동대문ㆍ중랑구, 대구 달성군, 부산 강서구 등 영재교육 시범 지역 출신 학생들에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교과부는 대학 등의 부설 영재교육시설에도 관찰 및 추천 전형을 적극 권고키로 해 향후 영재교육원 입시의 핵심은 '관찰ㆍ추천 전형'이 될 전망이다.
성적 우수생들을 뽑아 선행학습을 시키는 정도의 '우월반' 성격이 강했던 영재교육 방식도 특정 분야의 우수 인재를 선발, 심화학습을 시키는 특화된 교육으로 변경키로 했다.
관찰 및 추천 전형 도입
새로 도입되는 관찰ㆍ추천 방식의 핵심은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재교육원 입시를 위해 '만들어진 사교육 영재'는 앞으로 뽑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신 전문적 연수를 받은 영재 전담 교사가 오랜 기간 관찰을 통해 잠재적 영재들을 발굴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각 학교에 2명 정도의 전문 영재교사를 두고 지속적으로 학생을 관찰해 영재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영재교사는 담임교사와 유기적으로 학생들의 정보를 교환하고 영재성 검사와 과제물 수행 능력, 수업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영재풀(pool)을 만들게 된다.
영재교사가 추천한 5%이내의 학생은 담임교사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학교 영재추천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3% 이내로 걸러진다. 이어 각 지역 공동 영재학급선발위원회 심사후 추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교육청 영재선정심사위원회가 별도 영재성 심사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영재 교육과정도 보다 체계화한다. 각 학교에서 추천된 영재교육대상자들은 지역별 영재교육협의회가 영재학급 등에서 6개월~1년 과정의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과정 중 관찰을 통해 뛰어난 학생들을 뽑아 영재교육원 등에서 심화과정을 가르치는 식이다.
영재교육 대상자 확대
영재 교육 대상자도 크게 확대된다. 교과부는 현재 5만5,000명 선인 영재교육 대상자 수를 2012년까지 20만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물론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도 발굴해 우수 인재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이를 위해 올해부터 각 학교의 신청을 받아 방과후 영재학급을 신설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0.56%(7,600명) 정도인 영재교육 대상자가 0.75%(9,600여명)정도로 2,000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재교육원에서 심화학습을 받을 학생은 교내 영재학급 등에서 교육하는 과정에서 관찰을 통해 대부분 선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재교육에 참여하려면 별도의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 등에서의 활동과 영재성을 나타낼 수 있는 각종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게 부쩍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가 관건
올해부터 전국 상당수 영재교육원이 관찰ㆍ추천제를 적용해 학생을 뽑을 예정이지만 걸림돌도 있다.
당장 영재 선발을 위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 기존에 이뤄지던 영재성 검사 시험이 객관성 측정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위한 학원이 적지 않은 사실을 감안하면 별도의 선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만들어진 영재'를 뽑을 가능성은 높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성적이 우수하지만 탈락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도 예상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관찰 및 추천 전형을 통한 선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원이 쇄도하게 될 것"이라며 "영재 선발을 위한 체계적인 기준과 객관성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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