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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성재석 LG전자 슈퍼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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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성재석 LG전자 슈퍼디자이너

입력
2010.02.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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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가득한 판타지 영화 속엔 언제나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긴장감이 도사린다.

잘 짜여진 각본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발상의 전환이 가미된 주변 배경과 무기를 앞세워 위기를 탈출하곤 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최고의 판타지 블록버스터인 ‘해리포터’에서도 주인공은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빗자루를 타고 등장하면서 기존의 정형화된 판타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뒤집는 겁니다.”

‘히트상품 제조기’로 통하는 성재석(43)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문위원에게 그 만의 노하우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뭔가 고착돼 있는 것을 싫어하는 그 만의 타고난 천성 탓이란다.

“제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즐거운 일이잖아요.” 그가 ‘해리포터’와 같은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93년 입사한 그는 약 500여명에 달하는 LG전자 전체 디자인 인력 가운데 현재까지 5명에게만 주어진 ‘슈퍼디자이너’(2008년5월)로, 생활가전 디자인 업계에선 이미 유명 인사다. LG전자에서 슈퍼디자이너로 선정되면, 임원 수준의 각종 보상과 혜택이 제공된다.

그의 역발상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때는 에어컨에 이어 세탁기 분야로 사업부를 옮긴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백색 세탁기 디자인에 다양한 색상을 가미한 신제품을 내놓은 것. 깨끗함을 대변해 주는 세탁기에 백색 계통이 아닌, 다른 컬러를 도입한다는 것은 당시로선 파격에 가까웠다. 더구나, 보수 성격이 강한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 이 모델을 전략제품으로 출시한다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세탁기에는 항상 흰색 계통의 디자인만 입혀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이 대박을 터트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디자인한 컬러 드럼세탁기는 그 해, 국내에서 산업자원부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06’ 행사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모델 출시에 힘입어 LG전자 드럼세탁기는 이듬해인 2007년부터 북미 시장에서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을 밀어내고 현지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과거 세탁기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으려고 했던 주부들의 습성이 바뀌고 있다는 것에 착안한 그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던 것이다.

파격적인 그의 시도는 계속됐다. 이번엔 세탁기 출입구에 관심을 보인 것. 세탁기와 건조기를 같이 사용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간파한 그는 그 때까지 주를 이뤘던 출입구 디자인을 원형에서 보다 넓게 보이는 사각형으로 바꿔 빨간 색상의 드럼세탁기를 출시(2009년1월)했다. 빨래량이 많은 미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 세탁물을 넣고 꺼내기가 편리하도록 제품을 디자인 한 것이다.

결과는 연타석 홈런이었다. 경쟁사의 최고 제품에 비해 100달러가 비싼 1,699달러에 내놓았지만 제품 문의는 줄을 이었다. 이 제품은 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레드닷 어워드’(2009)와 그 해 ‘CES 2010’ 전시회에서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덕분에 LG전자는 북미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2007년1분기 이후, 20% 중반에 이르는 점유율을 보이면서 월풀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7분기(2009년 3분기 기준) 연속 1위 자리를 지켜냈다.

파격적인 시도를 즐기는 그는, 여전히 새로운 제품 구상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발상의 전환이요? 틈새시장에서 시작하죠.” 차세대 제품을 위한 프로젝트는 이미 가동된 듯 했다.

허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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