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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그들만의 채용' 여전/ "인턴 경력자만" "남자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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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그들만의 채용' 여전/ "인턴 경력자만" "남자 선호"

입력
2010.02.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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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공단 취직을 위해 수년간 준비했는데 3년 만에 하는 신입공채에 갑작스런 제한규정이 생겨 원서를 넣지도 못했어요. 황당하죠."(구직자 A씨 등)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직원채용에 대해 뒷말이 많다. 공단은 지난달 19일 2010년도 직원(신입) 채용공고에 '09년도 공단 인턴으로 5개월 이상 근무한 자'라는 조건을 달았다. 2007년 이후 첫 채용이었는데, 이전엔 인턴경력 항목이 없었다.

1987년 생긴 공단은 산업재해 예방을 맡는 공공기관으로 산업보건학과 등 관련 전공자에겐 손꼽히는 직장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몇 년씩 준비를 하는 수험생이 많을 뿐 아니라 금융위기 탓에 3년간 공채를 하지 않아 입사 희망인원이 적체돼 왔다.

그런데 이번 채용은 수많은 지원자(1,000여명으로 추산)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인턴경력이 없으면 원서조차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단은 자사 인턴을 거친 143명의 지원자 가운데 16명을 뽑아 2일 발표했다. 2007년 채용 때만 해도 18명 모집에 무려 1,911명이 지원해 10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청년인턴제의 후속조치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채용 차별이다. 지난해 3월 시행된 연령차별금지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사회적 신분에 의한 고용상 차별을 금하는 국가인권위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공단이 인턴채용 때 나이제한(만 29세 이하)을 뒀고, 해당 경력자에게만 지원자격을 줬기 때문에 연령 및 신분에 의한 차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최대한 공개적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하려고 공개채용이란 말을 썼지만 사실상 특별채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16일 "공단의 신입공채 차별사유가 중대하다고 보여 관련 진정이 접수되면 직권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작 원서조차 쓰지 못한 지원자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취업 희망자 B씨는 "다시 지원할 때 불이익을 받을까 봐 겁이 나서 진정서를 넣을 생각도 못했다"고 푸념했다. 직장인 C씨는 "새로 생긴 지원기준에 맞추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공단 인턴에 지원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물론 채용차별은 이 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기업은 더 지나친 채용제한 규정을 둬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이들을 울리고 있다. 전공 학점 등을 이유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가 하면 여전히 구시대적인 성(性) 차별도 심하다.

생명보험협회는 16일까지 접수를 받는 계약직 모집공고에서 '상경, 법정, 인문, 사회계열 전공', '최종 졸업한 학교의 전(全) 학년 평점이 평균 B학점 이상'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전공을 하지 않았거나 평점이 낮더라도 자격시험 준비 등을 통해 실력을 갖춘 지원자가 있기 때문에 학력차별"이라고 밝혔다.

문구업체 교보핫트렉스㈜는 지난달 20일 낸 재무팀 신입ㆍ경력사원 채용공고 자격요건에 '회계학, 경영학 전공자(남 사원 선호)'라고 버젓이 써넣었다. 인권위는 "여성보다 남성이 재무 업무를 더 잘한다는 합리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차별소지가 매우 높다"고 해석했다.

김인제 인하대 법대 교수는 "시행된 지 얼마 안 되는 인권위법은 법적 구속력이 떨어지고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워낙 포괄적이다 보니 채용차별이 여전하다"며 "정작 노동법에는 채용에 관한 별도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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