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의 눈으로 1년을 정말 뜻 깊게 살았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인 16일은 권모(71ㆍ경북 안동시)씨에게는 무척 각별한 날이다. 그는 김 추기경 선종 직후 각막을 기증받아 40여년의 암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빛을 찾은 지 1년이 지났다.
“1년 전이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지난해 2월 16일 오후 6시 12분께 추기경님의 각막이 적출됐고 다음 날 서울 가톨릭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받았어요.”
젊을 때 공장에서 일하다 눈을 다친 권씨는 뜻밖에 각막 이식 수술을 받고도 기증자가 누군지 몰라 한참 동안 어리둥절했다. 퇴원 하루 전 기증자가 김 추기경인 것을 알게 된 권씨는 한편 고맙고, 한편 과분해 눈물만 흘렸다.
“어렸을 때 자주 안동시의 목성동성당을 지나치곤 했는데 이식 수술 후 추기경께서 이곳에서 사목 활동을 했다는 것을 알게 돼 이게 웬 인연인가 했죠.”실제 김 추기경은 1951년 대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같은 해 9월 처음으로 이 성당에 부임해 2년간 주임신부로 일했다. 전쟁 중이라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도처에 널린 때여서 젊은 김 추기경도 주민과 어린이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애간장을 끓였다. 안동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당시 김 추기경의 헌신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김 추기경께서 저에게 주셨듯 저도 사랑 용서 나눔으로 살고 싶습니다”고 다짐하는 권씨의 얼굴에 언뜻 김 추기경의 모습이 겹쳐졌다.
안동= 권정식 기자 kwon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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