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를 기억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나무 장작을 깎아서 피노키오를 만든 사람은 소목장이 제페토 할아버지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고래에게 잡아먹힌 제페토를 구하면서 착한 사람이 된다. 우리 역사에도 피노키오처럼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 살아나온 사람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1788~1856)의 책에 전하는 기록이다.
갓 새끼를 낳은 어미고래가 어떤 사람을 삼켜버렸는데, 고래의 뱃속에 들어간 그 사람이 힘들게 빠져나왔다.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구해서 나왔지만, 우리 이야기 속의 그 사람은 고래 뱃속에 미역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미역이 출산한 고래의 오장육부 속 나쁜 피를 물로 변하게 하는 것도 보았다. 고래 뱃속에서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가지고 온 것은 미역의 효능이었다. 그 후 고래가 산후 조리로 미역을 먹는다는 것이 알려져 산모들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였다.
당(唐)의 '초학기(初學記)'에도 '고려 사람은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을 뜯어 먹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다'고 전한다. 고래가 많이 출몰하는 울산 지역에서는 미역을 '고래의 선물'이라 부른다. 미역이 요오드 함유량이 많아 산후 조리에 좋은 식품인 것을 제일 먼저 안 것은 고래였다. 고래의 길목인 울산 정자, 부산 기장 미역이 유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 곧 햇미역이 나올 철이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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