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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쌍둥이 자매, 태어난 병원에 간호사 돼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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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쌍둥이 자매, 태어난 병원에 간호사 돼 돌아오다

입력
2010.02.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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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네 자매 모두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백의의 천사가 되겠습니다."

21년 전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가 모두 바로 그 병원의 간호사가 되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강원 삼척시 광산 노동자의 네 쌍둥이인 황 슬(21), 설, 솔, 밀 자매. 이들은 16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과대 길병원(이사장 이길여)에 첫 출근해 연두색 가운을 입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양인순 간호부장의 설명을 듣고 병원 원내를 돌아본 이들 햇병아리 간호사들의 얼굴은 기대와 설렘으로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네 쌍둥이의 출생과 첫 출근까지는 이길여 가천의대 길병원 이사장과의 오랜 인연이 숨어 있다. 1989년 이들은 하마터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그 해 1월 당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54)씨와 어머니 이봉심(54)씨는 출산 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어머니 이 씨는 친정인 인천의 작은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출산 예정일보다 3주 앞서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면서 양수가 터졌다. 당황한 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가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권유했고, 병원비 걱정은 뒤로 미룬 채 인천에서 가장 큰 길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이들 네 일란성 쌍둥이는 1월 11일 늦은 밤 길병원 산부인과 팀의 도움으로 무사히 세상 구경을 시작했다.

하지만 황씨 부부와 가족들은 수백만 원에 이르는 입원비 및 인큐베이터 비용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고 한다. 그 때 이길여 이사장이 나섰다고 한다. "수술비와 입원비 일체를 안 받겠습니다."그 말 끝에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얹었다.

2007년 1월 네 쌍둥이들이 대학에 합격하자 이 이사장은, 자신의 18년 전 약속대로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했고, 이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간호학과에 진학한 사실을 알고는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는 새로운 언약을 또 보탰다. 그리고 지난 10일 네 쌍둥이는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했고, 이 이사장은 이들을 간호사로 채용, 이 날 첫 출근을 하게 된 것이다.

길병원 취업이 확정되면서 수원여대를 졸업한 슬ㆍ밀씨, 강릉 영동대를 나온 설ㆍ솔씨는 각각 자신들이 자취하던 방을 빼 지난 11일 길병원 인근의 방 3칸짜리 연립주택을 구해 이사를 했다. 넷이서 함께 시작하는 자취 생활과 직장 생활에 자매는 한껏 들떴다.

맏이 황 슬 씨는 "이 이사장님이 이렇게 저희와의 약속을 지키셨던 우리도 이사장님께 약속 드린 대로 가난하고 아픈 이웃들을 섬기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둘째 설씨는 "어려웠을 때를 항상 생각하며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인천=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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