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만학도 김숙이씨 영남대서
"배움에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나이 많다고 대충 하면 안되지요. 나이 들었다고 공부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도전하라고 응원하겠습니다."
대학 중퇴 34년만에 다시 펜을 잡은 만학도가 8년만에 학사 석사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영남대에 따르면 이 대학 국어국문학과 66학번 김숙이(62)씨가 1968년 중퇴한 지 42년만에 22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는다.
김씨는 1966년 대학에 입학, 학보사에서 함께 활동하던 선배와 결혼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가 2002년 3학년으로 재입학했고 2004년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생활을 다시 시작할 즈음 월간 한맥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이른 결혼 탓에 자녀 셋을 모두 출가시킨 뒤 밀려드는 공허함을 달래기 힘들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4년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연주회때는 '초혼'이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원 진학 당시 외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김씨는 '할머니'였지만 마음과 행동은 신세대나 다름 없다.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당시 40대 이상 대부분이 손사래를 치던 사이버문학을 논문주제로 선택했고, '한국사이버리즘 문학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내친김에 곧바로 박사과정을 시작해 4년만에 '백석(白石)시에 나타난 노장사상 수용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게 된 것.
백석(1912∼1995)은 평북 정주 출신의 재북시인으로 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노장사상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백석의 모교인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山院大學)으로부터 학부생 시절의 백석에 대한 자료를 국내 최초로 발굴하기도 했다.
김씨는 요즘 가르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2년 전부터 학부생 교양강좌로 '글쓰기'를 강의한다. 신세대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신세대 아이돌 음악도 듣고, 아이돌그룹의 춤도 따라 배운다. 그 덕분인지 강의평가에서 94.6점까지 받는 등 강의능력을 인정받아 3월부터는 국어국문학과 전공과목인 현대문학비판도 강의하게 됐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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