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의 비상은 계속된다.'
흥행작 '국가대표'로 유명세를 탄 스키점프대표팀이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 김현기(27)와 최흥철(29ㆍ이상 하이원)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 올림픽 파크에서 열린 밴쿠버동계올림픽 개인전 노멀힐(K-95) 결선에 진출했으나 최종 라운드까지 오르는 데에는 실패했다.
결선 1라운드에서 93m를 뛴 김현기가 자세점수 51점을 합해 총점 107점을 기록, 51명 중 40위에 그쳤고, 최흥철은 87.5m 비행에 자세점수 50점을 합쳐 총점 95점에 머물렀다. 48위에 해당하는 기록. 30위까지 주어지는 최종 라운드 진출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행 기준거리 95m를 넘어야 가산점이 주어지는 종목인데, 최종 결선을 기대하기에는 날아간 거리가 너무 짧았다.
하지만 포기는 이르다. 20일부터 시작되는 라지힐(K-125) 개인전이 남아 있다. 노멀힐 점프대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라지힐은 노멀힐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비행 기준거리도 125m로 훨씬 길다. 대표팀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단체전 8위로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을 때 종목이 라지힐이었다. 비록 이번에는 지난 2년간 성적을 점수로 환산한 총점에서 점수가 모자라 단체전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지만, 개인전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20위권, 나아가 10위권 진입이 목표.
1993년부터 변변한 제대로 된 점프대 하나 없이도 한 우물을 판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역시 춥고 배고프다. 상황에 따른 왁스 손질이 생명인 스키는 오로지 한 종류 왁스로 요령껏 발라야 했고, 몸 둘레에서 6㎝ 간격을 두고 입어야 하는 슈트를 손질하느라 대회 바로 전날 밤을 새워야 했다. 믿는 구석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는 사이 다져진 동료들간의 팀워크. 단체전 출전 좌절로 이마저 기대하기 힘들지만,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응원으로 신기원을 이뤄낸다는 각오다.
포인트 부족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강칠구(26)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강칠구는 팀동료인 김현기, 최흥철, 최용직(28ㆍ이상 하이원)이 머무는 휘슬러 올림픽 선수촌에서 2~3시간 떨어진 밴쿠버에서 민박하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은 전화나 문자로 연락하고, 경기 당일에는 펜스를 앞에 두고 '형님'들의 점프를 눈 빠지게 바라본다. '3+1'의 비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밴쿠버=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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