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하나 "울지만 희망이…" 우리·신한 "웃지만 걱정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우리나라 은행권을 끌고 가는 '빅4'금융 지주사들의 2009년 실적발표가 지난 주 모두 마무리됐다.
금융위기 와중이라 실적에 변수도 많았고 그만큼 서열상의 변동도 컸다는 평.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적 수치 자체보다 그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익구조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해당 금융 지주사들의 강점은 무엇인지, 반대로 안고 있는 고민과 숙제는 무엇인지, 올해 경영방향과 전망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KB금융 이익 줄었어도 호전 예상
국내 대표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가장 큰 고민은 이익축소.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5,398억원으로 신한금융(1조3,05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대규모-최대이익'이 가장 큰 강점이었는데, 그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문제는 역시 다른 지주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은행의존도였다. 순익의 90% 이상을 담당해온 국민은행의 실적이 부진하면, 지주 전체가 부진해지는 구조적 문제점을 이번에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저금리로 인해 이자수익이 대폭 감소했는데, 만약 카드쪽 이익이 없었더라면 순익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다.
어떤 형태로든 비은행부문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선 흔들리는 경영권부터 빨리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만 실적감소 그 자체는 별 문제가 없다는 평. 올해는 금리상승으로 은행 이자수익이 늘어, 지주 전체 이익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부터는 이익 개선속도가 어느 은행보다 빠를 것"이라며 "특히 새 금리체계(코픽스)가 도입되면 조달금리가 가장 낮은 수준인 KB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금융 순익 1조 돌파… 금호가 변수
우리금융은 지난 해 실적발표에서 가장 돋보였다. 순이익만 1조원이 넘은데다, 자산규모에서도 318조원을 기록하며 KB금융지주(316조원)를 제치고 최대 지주사 자리를 지켰다. 사실상 '어닝 서프라이즈'수준.
하지만 환호성만 올릴 상황은 아니다. 1조원의 순이익 가운데 전산센터나 보유주식매각 같은 '1회성 이익'이 6,200억원이나 됐다. 더구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4대 금융지주사 중 최하위인 1.99%에 머물렀다.
금호아시아나 변수도 걱정거리다. 특히 작년 4분기 우리금융은 금호관련 충당금을 전체 여신의 14% 밖에 적립하지 않았는데, 이는 KB금융이나 신한금융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 이고은 연구원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경우 우리금융은 추가 충당금 적립 리스크에 가장 민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 최고 실적 불구 추가 동력 미지수
신한금융은 순익 규모 면에서 금융지주사 중 최고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도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안정된 수익구조도 가장 돋보인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작년 순이익(7,487억원)은 전년에 비해 48.3% 줄었지만, 대신 신한카드와 신한생명이 각각 8,568억원과 1,74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만회해줬다. 4대 지주사 중 유일하게 비은행 부문의 순 비중이 60%에 이를 만큼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덕이다.
하지만 약점은 있다. 추가적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과 LG카드인수 이후 M&A시장에서 물러난 상태로, 사활을 걸고 짝짓기를 모색하는 다른 금융지주들과 대비된다.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의 BIS비율은 12.8%인데 반해 기본자본비율이 7.9%로 업계평균 이하여서 건전성 문제가 상존하고, 2012년까지 3조원에 달하는 우선주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드쪽 이익비중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금융 3000억 손실… 비은행계열은 선전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63억원. '키코' 사태로 유명한 태산LCD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3,000억원 이상 손손실이 난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부분은 별로 문제삼지 않고 있다. '손실은 적자가 나더라도 최대한 빨리 털어낸다'는 것이 하나금융 특유의 경영전략인 만큼, 오히려 부실을 떠안고 가는 것보다 시장신뢰측면에선 플러스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하나대투증권 등 비은행 계열의 선전도 주목할 점이다.
문제는 역시 규모. 다른 금융지주 3사(KB 우리 신한)와의 '덩치'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영화될 우리금융을 차지하든, 외환은행을 인수하든 어떤 형태로든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빅4'구도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홍헌표 KT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사한 하나카드의 실적 개선여부에 따라 지주사 순익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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