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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 마음껏 살아라!' 떠나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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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 마음껏 살아라!' 떠나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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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찌아노 테르짜니 지음ㆍ이광일 옮김/들녘 발행ㆍ296쪽ㆍ1만2,000원)

여기 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법학도가 됐으나 '자기 자신을 찾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인생 목표를 세운 뒤 편안한 삶이 보장되는 은행가의 길 대신 세상의 맨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저널리스트의 길을 선택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아시아 특파원으로 1972년부터 1997년까지 싱가포르, 홍콩, 도쿄, 베이징, 방콕, 뉴델리 등에서 활동했고 기자 생활을 그만 둔 뒤에는 히말라야 산속에서 오래 명상체험을 했던 티찌아노 테르짜니(1938~2004)가 바로 그 사람이다.

<네 마음껏 살아라!> 는 암 선고를 받은 뒤 이탈리아의 산골마을 오르시냐로 들어간 티찌아노가 생의 마지막 석 달 동안 영화제작자인 아들 폴코에게 들려준 인생 이야기다.

총알이 취재차량 옆으로 휭휭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던 베트남전쟁 현장에서부터 문명을 폐허로 만들겠다며 홍위병들이 사찰로 작가의 집으로 난입하던 문화혁명기의 중국까지, 그는 아들에게 자신이 몸으로 겪은 격동의 역사 현장을 증언한다.

젊은 시절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들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었지만, 곡절 많은 취재활동과 히말라야에서의 혹독한 수련 끝에 티찌아노는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것은 시끄러운 혁명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조용한 내면의 혁명이라는 것. 그는 인생의 진정한 교훈을 어떻게 얻어야 할 것인가를 묻는 아들에게 이런 답을 준다.

"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봐. 그리고 네 자신 속에서 답을 찾아. 마음 속의 어떤 목소리, 거기에 귀를 기울여야 해."

인생의 비밀을 엿본 인도의 구루나 유태교의 랍비처럼 티찌아노가 들려주는 인생의 잠언이 책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금욕과 쾌락주의 사이에서 항상 중도를 지켜야 돼.

향락에 빠진 채 살아도 안 되지만 무비판적으로 금욕을 추종해서도 안 돼."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시간과 건전한 이성과 내면적인 독립성이 모두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모든 걸 덜컥 믿기 십상이야." 아들과 매일 한 시간씩 이런 대화를 나누던 티찌아노는 2004년 7월 숨을 거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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