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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역사사진도 흐른다! 정근식 교수 한국戰 사진집 비교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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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역사사진도 흐른다! 정근식 교수 한국戰 사진집 비교분석

입력
2010.02.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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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이나 영화, 기념사진 혹은 기념관 등은 과거의 기억을 재생산하는 핵심 장치다. 특히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진집이나 다큐멘터리 영상은 기억의 진정성 측면에서 월등한 매체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 한국전쟁을 다룬 사진집들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해왔을까.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음 주 발간되는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한 '한국전쟁의 기억과 탈냉전'이라는 글에서 한국전쟁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시대별로 분석, 그 정치적 메시지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조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1950~70년대 출판된 한국전쟁 사진집들은 냉전시기 반공주의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달한다. 가령 전쟁 발발 20년이던 1970년에 발간된 <눈으로 보는 한국전쟁> 에는 '북괴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몸서리쳐지고, 조국의 명맥과 자유를 수호하려는 십자군의 의연한 모습에 숙연해진다'는 서문이 실려있다. 1980년대까지 대부분의 한국전쟁 사진집들은 한국군의 북진 국면까지의 사진들만 주로 보여주고, 중국군의 참전으로 후퇴한 1950년 말 이후의 전투사진이 실려있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냉전의 해체와 맞물려 '남북 모두가 전쟁의 피해자'라는 시각이 담긴 사진집이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1991)이 대표적인데, 이 사진집에는 북한 후방지역 주민들의 삶, 포로수용소 내 중국군들의 사진, 젊은 시절 김일성의 사진 등이 실려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탈냉전이 본격화한 2000년대의 사진집은 군인보다 일반 시민들의 모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청의 사진자료를 정리한 <지울 수 없는 이미지> (2004),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2006)은 '포로' '학살' '폐허 속의 희망' 등을 주제로 이념적 분단을 넘어 국가폭력에 자신의 몸을 드러내야 했던 인간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쟁 당사국이었던 중국의 시각에서 찍은 사진집이 출간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1958년 중국 해방군화보사에서 발행한 <영광스러운 중국인민지원군> 은 2005년 국내 출간됐는데 이 사진집에는 미군의 비인도적 전쟁 수행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사진이 실려있다.

정 교수는 "과거 '적'의 시각에서 생산된 사진들을 최근 볼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관점의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관점의 교환은 전쟁 자체를 넘어 평화를 적극적으로 상상하게 하는 만큼 서로의 전쟁기억 재생산 장치를 비교ㆍ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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