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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미국에 없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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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미국에 없는 한국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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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국격과 국가 위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그에 관한 언론 기사가 거의 매일 나온다.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크고, 한류의 성공에서 한국 문화의 국제화 전망을 밝게 보는 이들도 많다.

이달 초, 오래간 만에 미국에 있는 가족을 방문했다. 멀리서 한국을 바라볼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한국'을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존재를 일상 생활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경제 및 문화적 존재이다. 경제적 존재는 주로 그 나라 기업 브랜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콜라는 미국, 도요타는 일본, 구치는 이탈리아를 대표한다.

한국은 어떤가? 인터브랜드(Interbrand)라는 브랜드 조사기관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100개 브랜드 가운데 삼성은 19위이고 현대 자동차는 69위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과 한국의 기업 브랜드 밖에 없다. 문제는 기업 브랜드에서 정작 한국은 보이지 않는 점이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의 55%가 삼성과 현대는 일본 회사라고 알고 있었다. 또 50%는 LG가 미국 회사라고 답했다.

강한 기업 브랜드는 한 나라의 이미지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각국에서 반미 바람이 불 때면 콜라, 맥도널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도 타격을 입지만, 이 내 다시 브랜드 가치를 회복한다. 삼성 현대 LG 등은 아직 이런 위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문화적 존재도 마찬가지다. 한류 드라마나 영화가 미국에서 큰 관심을 얻지 못하듯이 한국 요리도 아직 생소하다. 한식처럼 매운 멕시코나 태국 음식이 인기 있는 미국에서 한국 음식도 인기를 끌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큰 책방에 가면 한국 요리책은 한두 권밖에 없는 반면에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인도 태국 요리에 대한 책은 많다. 한국 음식점도 한인 상가 밖의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찾기 어렵다.

인터넷 세상도 그렇다. 미국에서 인터넷 백과사전 시장 점유율이 97%인 위키 백과를 검색하면 한국에 대한 정보는 아주 빈약하다. 예를 들면 한국의 비빔밥에 관한 기사는 매우 짧고 정보도 부족하다. 반면 일본의 대표적 음식인 스시, 초밥에 관한 기사는 길고 사진도 많다.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비빔밥 정보를 많이 제공하지만, 대부분 한국어로 돼있고 영어 설명도 번역이 어색한 경우도 많다.

그럼 해결책이 있을까?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먼저 원인을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한국이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인의 가치관, 생활방식, 감수성을 잘 아는 한국인이 적은 것이다. 미국의 문화 코드를 이해하고 그 코드에 알맞게 한국의 존재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관한 정보가 많아서 매우 친숙한 나라이지만, 정작 미국인의 가치관이나 생활 방식은 한국과 많이 다르고 친숙하지 않다. 미국의 문화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화 그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결국 한국을 내세우고 한국 브랜드를 미국 사회에 심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미국인과 소통의 기회를 넓히고 미국의 문화 코드를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이 점차 보이게 될 것이다.'삼성은 한국'이 되고 ,'비빔밥은 한국'이 될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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