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축구 대표팀은 지난 10일 중국을 상대로 0-3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32년간 16승 11무로 절대 우세를 보였던 중국에 당한 참패라는 점에서 더욱 쓰라리다.'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은 무리한 욕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졸전이었다.
어이없는 패배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성난 네티즌들의 접속 폭주로 대한축구협회 인터넷 사이트 서버가 다운될 정도다. 중국전은 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장기 합숙 훈련을 치렀음에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조직력은 팬들의 울화를 부채질했다.
대표팀은 동아시아연맹선수권을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겼다. 중국전 참패를 아파하기보다는 이를 계기로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참패를 '쓴 약'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무거운 짐은 허 감독의 어깨에 놓여있다. 중국전 참패로 맞은 위기를 어떻게 탈출하느냐에 따라 허 감독의 지도력이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수습해 14일 오후 7시 15분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일본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월드컵 회의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결과를 떠나서 내용적으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급선무는 떨어진 사기를 끌어 올리는 일이다. 대표팀은 이례적으로 11일 팀 훈련을 취소했다.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장기 합숙 훈련으로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진 선수들의 투지를 되살릴 수 있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전술적인 판단도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전지훈련부터 다양한 전술 테스트를 벌여온 허 감독은 중국전에서도 일부 선수들을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배치하는 실험적인 용병술로 화를 자초했다. 스스로 중국전 후 "졸전을 펼쳤다. 선수 기용 실패가 패배의 원인이다"라며 완패를 시인했다는 점에서 일본전에 나서는 허 감독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중대한 기로에 선 허 감독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궁극적 목표인 월드컵 본선을 향해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11일 "중국전 참패를 보약으로 삼으려 한다. 지난 패배와 한일전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소신껏 갈 길을 가겠다"며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허 감독이 어떤 묘수로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벗어날 지 주목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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