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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장사 벼르는 이태현 "격투기 정신력으로 황소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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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장사 벼르는 이태현 "격투기 정신력으로 황소 잡아야죠"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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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황태자' 이태현(34ㆍ구미시체육회)이 재기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그는 13일부터 사흘간 KBS 88체육관에서 열리는 '2010 하이서울 설날장사'로 부활 드라마를 완성시킨다는 계획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종격투기에서 쓴맛을 봤던 이태현은 2008년 11월 모래판 복귀 후 적응기를 거치며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2009년 천하장사대회에서 아쉽게 1품을 차지하는 등 옛 기량을 되찾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달 초 '씨름인의 밤'에서 만난 이태현의 모습에서는 한결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태어난 딸에게 황소트로피 선물

이태현은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아빠였다. 2006년 이종격투기로 전향하면서 그는 갓 돌이 지난 첫째 아들 승준이를 보며 가슴이 찢어졌다. 그는 "격투기 훈련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데 승준이가 '아저씨 가지마'라고 했는데 눈물이 찡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승준이가 이태현의 처형집에서 생활했던 까닭에 아빠라는 느낌은 있지만 이태현이 낯설어 아저씨라고 부른 것. 일본에서 홀로 맹훈련을 할 때도 이태현은 승준이가 못내 눈에 밟혀 한이 됐다.

이태현은 지난 11일 둘째인 딸(태명 복숭아)을 낳았다. 딸을 본 기쁨도 잊은 채 그는 그 동안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아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샅바를 더욱 매섭게 잡았다. '왜 황소트로피를 가져오지 않냐'고 재촉하는 승준이와 둘째를 위해 이태현은 "설날장사에서 황소트로피를 받는다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파트너 영입, 세 번의 실패는 없다

15일 열리는 백두장사전에서 이태현은 '타도' 황규연(현대삼호중공업)을 외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과 12월 결승에서 연거푸 황규연에게 무릎을 꿇어 장사 타이틀 탈환을 다음으로 미뤘다. 그는 "급하게 몸을 만들어 결승전까지 꾸역꾸역 올라갔다. 몸상태가 온전치 않은 탓인지 결승전에서 이상하게 머리가 멍해져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세 번의 실패는 없다'는 이태현은 하루에 네 차례 훈련과 체중 감량으로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그는 "체중이 불어나다 보니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4kg을 빼서 139kg의 제 몸무게로 돌아온 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밀어치기가 아니라 진정한 기술 씨름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구미시체육회는 지난해 연말 백두급 선수 2명을 이태현의 연습 파트너로 영입해 '황태자의 귀환'을 돕고 있다.

▲격투기에서 얻은 교훈을 발판으로 씨름 발전에 기여

씨름판으로 돌아온 이태현은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했다. 언론과 팬들은 이태현이 종합격투기 진출로 잃었던 손실만 부각했다. 하지만 이태현이 얻은 소득도 적지 않았다. 그는 "한국 씨름 선수들의 경우 정신력과 목표의식이 다소 약하다. 하지만 격투기 선수들은 목표와 마인드 자체가 너무나 뚜렷해 왜 훈련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이 같은 깨우침은 좀더 강인한 정신력과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샅바를 다시 잡은 이태현의 초점은 '씨름의 부활'에 맞춰졌다. 그는 "무엇보다 씨름의 발전과 부활에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 기록에 있어서도 새 역사를 창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현은 18회 백두장사 타이틀로 이만기 인제대 교수와 이 부문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가지고 있다. 세월의 굴곡 속에 더욱 단단해진 이태현은 씨름의 새 역사를 고대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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