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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열정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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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열정의 차이

입력
2010.02.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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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눈이다. 귀한 눈이기에 감탄사와 느낌표가 눈이란 말보다 먼저 터진다. 눈은 산과 숲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다. 내 심장에도 쌓인다. 설국으로 변해버린 풍경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남쪽에서 설날 백설을 본 것은 참 오랜만의 일이다. 눈 오는 날 어김없이 흥얼거리는 구절이 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 의 첫 구절이다. 젊은 시절 내 뇌리에 각인된 문장이다. 내가 쓴 시는 잘 외지 못하지만 이 작품의 시작은 잊히지 않는다. 몇 년 전 그 무대인 니가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에 다녀왔다. 그가 소설을 쓴 여관에서 끝없는 눈에 취하고 그 고장의 향기롭고 맑은 술에 대취했다. 소설의 무대에 가보니 <설국> 은 눈이 있어 가능한 작품이었다.

만약 풍성한 눈이 없었다면 노벨상 수상은 어려웠을지 모른다. 나도 눈에 대한 좋은 시 한 편 써보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 이 땅에 눈이 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뺨 맞을 핑계 같다. 나의 핑계는 열정의 문제다. 나와 같은 땅에 사는 우리 선수단이 금메달 5개 이상, 10위권 이내의 목표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다. 벌써 첫 금메달 소식도 전해왔다. 동계올림픽에 눈이 내리지 않는 열대의 선수도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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