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부실 기업을 정상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300억원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대주주와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부감사인으로 선정된 대형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가 기획부터 실행 단계까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코스닥에 상장된 양계 가공 업체 A사는 2008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 회사 대주주 겸 실제 경영자였던 이모(47)씨가 2005년 12월부터 2년간 회삿돈 120억원을 빼내 개인적으로 유용한 데다 자회사에 무담보로 빌려준 280억여원도 회수를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결국 분식회계에 나서기로 했다. 2008년 5월 공인회계사 5명과 변호사, 채권자 등이 조직적으로 투입됐고, 이들은 철저한 업무 분담을 통해 당기순손실 314억원을 당기순이익 10억9,000만원으로 둔갑시킨 허위 재무제표를 만들었다.
채권 양도 계약서와 해외 투자 회사의 계약서가 위조됐고, 50억원의 사채도 회사 자금으로 위장됐다. 변호사는 이러한 분식회계가 정당한 것처럼 허위로 의견서를 제출, 법률적으로 회계 조작을 뒷받침했다.
특히 외부감사인인 화인 회계법인의 전직 이사 백모(44)씨도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씨는 회사 재무제표를 감사ㆍ평가해야 하는 위치임에도, 1억1,000만원의 사례비를 받는 대가로 후배 회계사 3명과 전담팀을 꾸려 직접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주는 등 분식회계의 전 과정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A사의 재무 상태가 적정하다는 취지의 허위 감사보고서도 작성, 부실 기업인 A사의 상장회사 자격을 유지토록 해 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전현준)는 대주주 이씨(별건 구속)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백씨 등 공인회계사 5명과 변호사, 채권자 3명 등 11명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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