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융은 창조… 한국인 창의적 DNA 믿어"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난 1년간 국내 금융기관들은 자율과 보호의 접점 찾기에 분주했다.
만약 그러나 접점 찾기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톱 플레이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금융위기 앞에서 국내 증권업계는 다소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금융의 미래를 밝게 봤다. 그가 믿는 것은 바로 한국인에게 내재된 금융의 DNA. "막연한 얘기처럼 들릴지는 모르지만 한국인에겐 금융을 해낼 수 있는 창의적 DNA가 있다고 믿습니다."
사실 현대 금융은 창의성의 영역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다.
물론 지나치다 보니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같은 재앙을 맞기도 했지만, 그래도 창조적 개발이 없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금융산업이다. 임 사장은 한국인 특유의 창의적 금융 DNA를 맘껏 발현할 수 있도록 좀더 자유로운 자본시장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은 대우증권이 불혹(不惑)을 맞는 해. 동시에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임 사장은 자신했다.
이를 위해 대우증권은 지난해 출범한 산은금융그룹(지주) 하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최대한 극대화한다는 구상.
임 사장은 "2020년 글로벌 20위권 기업금융투자은행(CIB)으로 도약한다는 산은금융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계열사들과 협력 로드맵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범중화권, 즉 '그레이트 차이나(Great China)'지역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회사로 발돋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올해 초 홍콩현지법인을 지역본부로 확대한 데 이어, 주식과 채권 분야에서 산업은행과 협력을 통해 아시아 금융수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계열사간 복합상품을 선보이고, 또 산업은행과 연계하면 대형 딜과 국책사업 등의 최강자로서 위상을 굳힐 수 있다고 봤다.
임 사장은 현 증권사CEO 가운데 IB업무에 가장 정통 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뱅커스트러스트, 한누리살로먼증권, 삼성증권, 도이치증권 등 국내외 금융사를 거치면서, 주로 IB쪽에서 경력을 다져왔다.
임 사장은 자본시장법이 지향하는 IB의 미래에 대해 "한국형 IB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식의 투자형 IB가 아니라, 주로 주식ㆍ채권발행 등 기업 재무구조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직접 자본조달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아울러 리테일(소매금융) 기반도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거래가 커지는 만큼 오프라인 기반도 함께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테일 네트워크는 다양한 금융상품과 금융소비자의 접점"이라며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의 비중이 축소될수록 오프라인 네트워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금융상품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또 중ㆍ장년층이 핵심 투자계층으로 부상하기 때문에, 온라인 못지 않게 점포나 대면채널 같은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임 사장은 궁극적으로 금융상품도 '메이드 인 OO'라벨을 붙이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들이 '가격'으로 승부를 할 때는 지났어요. 제조업처럼 '메이드 인 OO'라벨을 붙이기에 손색없을 만큼 금융기관들도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을 갖춰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금융기관들이 생존하려면 그렇게 가야 할 것입니다."
■ 만약 지금 1억원을 투자한다면?
"출구전략 같은 리스크는 고려해야겠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일 필요는 없다. 중장기로는 경기가 회복세고 증시 상승도 전망되므로, 주식과 펀드의 비중을 70%로 하겠다.
구체적으로 주식에 30%(3,000만원)를, 또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펀드에 각각 25%(2,500만원), 15%(1,500만원)씩 투자하겠다.
주식은 증시 약세 때 하락폭이 작은 내수 가치주를 주로 살 생각이다. 펀드의 경우 대형가치주 스타일의 수익률이 괜찮을 것 같고, 해외 펀드로는 러시아 또는 원자재 관련 주식 펀드를 생각 중이다.
나머지 30%(3,000만원)는 채권에 투자하겠다. 다만 경기회복 과정에서 불거질 신용 위험을 감안해 고금리만 따지기보다 우량 회사채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정리=문향란 기자 iami@hk.co.kr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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