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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뜨내기 삶과 지방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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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뜨내기 삶과 지방 선거

입력
2010.02.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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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이사를 가지 않고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드문 경우란다. 다들 단독주택은 오래 갖고 있으면 손해라고 하는데, 미련했던 걸까. 그 사이 집 값은 계속 떨어졌다.

단독주택이 많은 편인 우리 동네 주민들이 최근 재개발을 추진하고 나섰다. 바로 옆 아파트 단지 집값이 치솟는 걸 보고 부아가 난 것이다. 열심히 민원 해서 재개발 승인을 얻었다. 아파트 지어서 집값 올리기가 목표다. 아이구, 싫다. 아파트가 어디 사람 사는 집인가. 심하게 말하면 닭장 같은 성냥곽 아파트가 뭐가 좋다고. 하지만 속으로만 투덜댄다. 동네 분위기가 그런 소리 꺼냈다간 욕 들을 것 같기 때문이다.

너나 없이 집값에 목을 맨다. 집 없는 사람은 집 장만이, 집 가진 사람은 집값 뛰는 것이 최대 소원이 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연히 이사가 잦다. 집이 집이 아니다. 돈벌이 수단이고, 잠시 머물거나 언제 ?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거처가 돼 버린 지 오래다.

민주노총 대변인을 지낸 노동운동가 손낙구씨가 지난 주 펴낸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수도권 편> 은 전 국민이 떠돌이처럼 살아가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지방자치는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와 2004 총선, 2006년 지방선거 통계를 바탕으로 수도권 1,186개 동의 동별 특징과 투표 행태를 비교 분석해서 내린 결론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이 가진 재산 정도에 따라, 특히 자기 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계층 투표를 한다. 주택 소유자, 아파트 주민이 많은 동네일수록 투표율과 여당 지지율이 높았다. 반면 셋방에 살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투표를 아예 안 하거나 투표율이 낮았다. 없는 사람들은 집값에 ?겨 자주 이사를 다니다 보니 '우리 동네'란 생각을 갖기 어렵고 따라서 투표장 갈 이유도 약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흔한 말로 '그놈이 그놈인데 뭣 하러 투표를 하냐'는 것이다. 거기에는 어느 정당도 없는 사람들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실망과 불신이 깔려 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투표율이 30%나 떨어진 것은 부동산 광풍에 전 국민이 너무 자주 이사를 다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래서는 지방자치가 뿌리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100가구 중 집 가진 사람 절반은 5년에 한 번씩, 셋방 사는 사람은 2년에 한 번씩 이삿짐을 싸고, 수도권 사람 3분의 2가 평균 5년에 한 번씩 이사한다. 수도권 사람들의 삶은 떠돌이 그 자체라는 그의 말이 실감난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출마자들은 저마다 화려한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유권자들, 특히 부자 동네에서는 그 내용이 내 재산을 불려줄 것이냐, 집값을 올려줄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고, 가난한 이들은 또다시 헛헛한 마음으로 선거철 야단법석을 지켜볼 것이다. 부동산 광풍 앞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고, 없는 이들이 마음을 기댈 정당도 없으니 그럴 밖에. 우리 동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최근 개통한 지하철 노선 덕에 집값이 얼마 올랐는지, 재개발 계획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벌써부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렇게 굴러가도 되나. 민주주의도, 선거도 참 요상해졌다.

오미환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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