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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요된 알몸 졸업식 뒤풀이가 알려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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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요된 알몸 졸업식 뒤풀이가 알려 준 것

입력
2010.02.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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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뒤풀이가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졸업식장 주변에서 교복을 찢고 계란과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다만 그런 일탈적 행위가 사회 문제화하지 않은 것은 자발적인 데다 직접적이고도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중ㆍ고교생들의 광적인 졸업식 뒤풀이는 폭력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다수의 위력으로 10대 남녀 졸업생들을 발가벗긴 뒤 집단 얼차려를 시키고 성적 조롱을 가하는 행위에는 우려를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알몸 뒤풀이'는 인격을 모독하고 위해를 가한 범죄 행위가 분명하다. 졸업식 뒤풀이는 규율과 통제 속에 보내야 했던 학교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데서 오는 해방감의 표출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알몸으로 모욕을 주고 심지어 알몸으로 바다에 빠뜨린 행위는 그런 해방감과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선배들의 폭력과 협박, 후배 졸업생들의 공포만이 난무할 뿐이다.

알몸 뒤풀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피해 학생들의 얼굴과 실명이 노출되게 한 것은 더 중차대한 범죄다. 피해 학생과 부모들의 충격과 평생 겪을 고통을 감안하면 알몸 뒤풀이에 적극 가담한 가해 10대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당위는 더욱 선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10대들이 약자의 몸을 발가벗기는 데 거리낌이나 죄의식이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알몸 뒤풀이에 가담한 10대들은 누군가를 강제로 발가벗기고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재밋거리 정도로 인식했다. 자제력과 분별력이 떨어지는 10대들이 방송 등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선정적 영상물을 자주 접한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알몸 뒤풀이의 근본적 책임은 성 상품화에 눈 먼 사회와 성인들에게 있을 것이다.

10대 가수에게 성행위에 가까운 춤을 추게 하고 이를 여과 없이 보여줘 수익을 챙기는 이들이 번창하는 한 범죄조차 장난쯤으로 여기는 10대들의 오도된 행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알몸 뒤풀이는 엄정 대처하되 음란물로부터 10대들을 지켜줄 보호막 개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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