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겹쳐 명절 분위기가 크게 퇴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3년부터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3일간 설을 쉬지만, 올해는 연휴 마지막 날인 16일이 김 위원장의 생일(68회)이어서 17일까지를 휴일로 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 언론들도 명절 분위기를 전하기 보다는 김 위원장의 생일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설날인 14일 ‘김일성ㆍ김정일화’ 전시 현황 및 백두산 인근 삼지연에서 열리고 있는 ‘2ㆍ16경축 얼음조각 축전’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설 첫 방송에서 “장군님(김정일)의 건강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기쁨이고 행복이며 장군님이 부디 건강하고 기쁨 속에 계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언론들은 또 설날 아침 북한 당ㆍ정ㆍ군 간부와 주민들이 만수대언덕 등 주거지에 있는 김일성 주석의 동상에 헌화했고, 평양체육관에서는 ‘장군님과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학생들의 설맞이 공연이 열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앞서 13일 평양시민 10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공동구호’ 관철 군중대회가 열렸다는 보도나, “평양시내 거리를 명절일색으로 단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12일 평양시 직관선전국 관계자의 인터뷰 등도 올해 설 행사들이 사실상 김 위원장의 생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200여종 1,700마리에 달하는 희귀동물을 생일 선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산 오를로프 말(2003년)을, 남바린 엥흐바야르 전 몽골 대통령은 몽골산 말(2007년)을 김 위원장에게 생일 선물로 줬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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