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글로벌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 받아온 월가 대형은행들이 그리스 발 재정위기에도 관여해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월가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유발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그리스 재정위기를 부추겨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골드만삭스 등이 파생금융을 이용,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의 감시를 피해 십여 년 동안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재정회계상 은폐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폭로했다.
NY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그리스가 막 유로존에 가입했던 2001년부터 통화스와프 방식으로 그리스정부가 EU의 감시를 피하며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미 과도한 부채로 힘겨운 상황이던 그리스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빚이 추가됐다.
그리스 신화 속 가상 인물의 이름을 딴 '아이올로스'로 불린 이 계약은 미국 달러화 차입을 국가간 통화스와프로 위장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직접 부채 규모 변화만 감시해왔던 EU의 재정건전성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수료에 눈이 먼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그리스의 재정난이 곪아 터지도록 군불을 때왔던 셈이다.
더구나 골드만삭스는 이번 재정위기가 터지기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임박한 그리스 건강보험 기금 부채상환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악화를 불렀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상환을 연장해주는 편법을 마련해 그리스정부에 제안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NYT는 "그리스의 국가부채가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이기 때문에 대형은행들 입장에서 그리스는 '대마불사'였고, 이런 이유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이 그리스 정치인들이 부채에 속임수를 더하도록 도움을 준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자본의 취약성를 감시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의 게리 쉬나치는 "그리스 정부가 눈속임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를 비롯 유럽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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