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를 활용하라.'
이동통신사간 주파수 전쟁이 시작됐다. 좀 더 좋은 주파수, 좀 더 많은 주파수를 잡기 위해,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 등이 또 한번 격전을 벌이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800, 900㎒와 2.1㎓ 주파수를 통신업체들에게 새로 나눠주기로 결정하면서 주파수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방통위는 다음달 말까지 통신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심사 후 주파수를 할당, 내년부터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황금주파수가 뭐길래
통신업체들이 주파수 싸움에 전력투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파수는 일종의 통신도로. 크고 넓은 도로를 확보해야 자동차들이 막힘 없이 잘 달리듯, 좋은 주파수를 확보하면 그만큼 투자비용이 적게 들고 통화품질은 좋아져서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래서 황금 주파수라는 말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황금 주파수는 바로 SK텔레콤이 현재 단독 사용하는 800㎒. 원래는 800㎒ 대역을 신세기통신(옛 017)과 나눠 사용했으나,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독점 주파수가 돼버렸다.
800㎒ 주파수는 KTF와 LG텔레콤이 사용하는 1.8㎓ 주파수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일단 저주파는 고주파보다 파장이 길어서 멀리 뻗어 나간다.
전파의 도달거리가 긴 만큼 중계기를 적게 설치해도 되기 때문에 투자비도 적게 든다. 또 휘어지는 성질(굴절율)도 고주파인 1.8㎓ 주파수보다 좋아서 높은 건물 등 장애물이 있어도 통화가 잘 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SK텔레콤은 그 동안 '011이 통화가 잘된다'며 주파수 프리미엄을 강조해 왔던 것이다.
어떻게 나눠주나
방통위가 최근 주파수 할당 계획을 확정 지으면서 SK텔레콤의 황금 주파수 독점시대는 깨지게 됐다. 방통위는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800㎒ 주파수 가운데, 기존 2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1,161만명을 위한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내년 7월부터 10년간 다른 통신사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현재 800㎒ 주파수 대역 가운데 SK텔레콤이 쓰고 있는 영역은 약 60%. 나머지 40%를 다른 통신업체에게 나눠주는 것. 방통위는 또 같은 저주파인 900㎒와 3세대 이동통신용 2.1㎓ 주파수도, 늘어나는 무선 인터넷 환경에 맞춰 추가 할당할 계획이다.
그 동안 주파수에서 SK텔레콤에 차별을 당해온 KT와 LG텔레콤은 차제에 황금 주파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기존 주파수 외에 새로운 주파수가 더 필요한 상황.
이에 따라 KT와 LG텔레콤은 800, 900㎒ 주파수를 새로 받아서 무선 인터넷에 맞는 데이터 통신에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KT와 LG텔레콤으로선 황금주파수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방통위의 배정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독점지위를 잃게 된 SK텔레콤은 2.1㎓ 주파수를 추가로 받아 부족분을 보충할 계획이다.
어디에 쓰나
KT와 LG텔레콤은 새로 800, 900㎒ 주파수를 받으면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거론되는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로 이용할 계획. LTE란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함께 내년에 국제 표준이 결정될 4세대 이동통신 후보로, 시속 60㎞ 이상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100Mbps 속도로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다.
LG텔레콤은 내년 7월부터 사용할 수 있는 800, 900㎒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이를 LTE 서비스로 이용할 방침. LG텔레콤 관계자는 "전세계 통신업계 흐름이 LTE쪽으로 가고 있다"며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방통위에 사업 승인도 함께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도 마찬가지. 두 업체는 모두 와이브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주파수를 LTE 쪽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와이브로를 서비스하지만 LTE도 빼놓을 수 없다"며 "800, 900㎒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이용자 편익과 세계 시장의 동향을 감안해 LTE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2.1㎓ 주파수를 추가 확보하면 늘어나는 무선 데이터에 맞춰 LTE 서비스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세계적 추세가 LTE여서 검토 할 수 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주파수 재배정 이후 통신서비스 싸움도 커지게 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젠 통신업체들의 환경도 과거와 달리 주파수 우위를 주장하기 힘든 만큼 신규 서비스인 LTE 개발등으로 본원적인 서비스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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